[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3) 재택근무 메신저·메일 때문에 멘붕 빠지다

  • 변종현
  • |
  • 입력 2020-11-23 17:41  |  수정 2022-01-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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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에서는 인사말이나 감사 표현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일본어 문장이 자동 완성되고 있다. 위에서부터 '수고하십니다' '확인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일본 내 코로나19 유행으로 여러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 또한 재택근무가 중심이 되면서 사무실로의 출퇴근은 극히 제한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 안팎에서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는데, 특히 외국인의 입장에서 사내 메신저나 업무 메일에서 사용되는 일본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일본어는 다양한 경어 표현만큼이나 뉘앙스의 차이가 많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땐 사실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하지 못해도 표정이나 바디랭귀지로 커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신저나 메일은 다르다. 정확한 표현이 아니면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도 있고, 업무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엔 메신저와 메일을 사용할 때 가급적 단순하고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게 됐다. 한마디로 주눅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업무가 단순한 문장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보니 '멘붕'이 오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비대면 업무로 전환된 후 복잡한 내용의 일본어를 작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는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매순간 완벽한 의미 전달을 위해 머리를 싸매야만 했다.
 

나름 일목요연하다고 생각한 보고 내용이 의도와는 정반대로 전달되거나 상대가 같은 내용을 되물어올 때도 있었다. 그래서 방금 보낸 내용을 구구절절하게 풀어서 다시 적어 보내기도 했다. 상대가 재확인을 위해 온라인 미팅을 요청할 때면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부족한 일본어 실력에 힘이 빠진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각종 어휘나 표현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해결책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엘리트 상사가 사용하는 어휘를 따라하는 것이었다. 특히 그룹을 이끄는 매니지먼트 라인에 있는 상사들의 일본어를 따라하는 것이 좋다. 회사 안팎으로 교류가 잦기에 다양한 상황에서의 표현 스킬과 어휘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와의 메일에는 세일즈 그룹 리더의 일본어를, 엔지니어 간 연락에는 사업추진 그룹 리더의 일본어를 따라하면서 일본어 스킬이 크게 향상됐다. 되묻거나 다시 확인하는 일이 없어지자 업무 효율도 올랐다.

예의와 정확성을 중요시하는 상사의 스타일 덕분에(?) 20대 치고는 무척 사무적이고 딱딱한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회사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일상 생활에서 무심코 회사에 있을 때처럼 얘기해 버리는 바람에 대화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분위기 메이커로 평판이 좋은 동료 사원의 일본어를 참고할 생각이다. 

 

회사에서 마주치는 모든 일본인과의 대화는 앞으로 사용할 일본어의 밑바탕이 된다. 이를 잘만 응용한다면 회사에서나 일상에서나 일본어 사용에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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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
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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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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