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52시간제 강행하려는 정부, 中企 아우성 안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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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4   |  발행일 2020-12-04 제23면   |  수정 2020-12-04

정부가 올해 말 계도기간이 끝나는 중소기업(50인 이상~299인) 대상 주 52시간 근로제를 강행키로 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과 경기 침체 등으로 중소기업 경영난이 가중돼 업계는 유예를 강력히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 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위반 시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2018년부터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주 52시간제는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근로자 휴식권 보장을 위해 만들어졌다. 근로자가 장시간 근로에서 벗어나게 되는 점은 분명 반길 일이다. 하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생산성 하락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초과근무 감소로 직원의 소득도 덩달아 줄었다. 당초 취지와는 다른 심각한 부작용이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반기지만은 못하는 이유다.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밀어붙이자 중소기업은 속이 타들어 간다. 고용노동부가 중소기업 전수조사 결과 80% 이상 기업이 시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는 이와는 많이 다르다. 10곳 중 4곳은 아직 도입 준비를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의 분석 결과 차이가 너무 커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 난감하다.

중소기업은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코로나가 재확산 중이라 앞으로 산업 전반이 더 위축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일괄 적용은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다. 고육지책으로 적용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종업원 50인 미만의 회사로 쪼개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움 속에서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코로나와 주 52시간제라는 이중고를 겪는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다양한 유연근로제라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국회에는 탄력근무제 개편 등과 관련한 법안이 지난해 초 발의돼 있다. 국회가 미적거리는 사이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강행키로 해 중소기업만 피해를 보게 됐다. 정치권에서 진짜 기업을 살릴 의지가 있다면 빠른 입법을 통해 이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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