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잘못된 출산택일의 폐해

  • 김기오
  • |
  • 입력 2020-12-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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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0대 진입한 그 아버지는 외롭고 쓸쓸하다. 직장에서 정년까지 근무했고 거주하는 아파트와 약간의 부동산이 있고 연금이 꼬박꼬박 나오므로 노후생활엔 별로 부족함이 없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고 그 남매가 직장도 잡았으므로 자식 걱정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과년한 남매가 아직도 짝을 찾지 못했으니 걱정이 늘어졌다. 다른 친구들은 자식들 모두 시집장가 보내고 손자들 재롱에 희희낙락하건만 그 아버지는 볼 손자가 없다. 아직도 손자를 보지 못해 외롭고 쓸쓸하다.

올해 들어 그 아버지는 사십을 바라보는 첫째 딸(癸亥년 辛酉월 丙午일 甲午시)을 시집보내기 위해 총력을 경주했다. 여러 번의 중매 끝에 딸은 마음에 드는 한 남자를 평생의 동반자로 정했다. 그 남자도 40대 중반에 이르렀는지라 양가는 성혼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남자 쪽에선 남자의 홀어머니가 진행을 주도하는데 상견례와 혼수와 관련해 독선적이고 일방적이었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참았다. 혼수와 예물을 주고받고 결혼날까지 잡았다.

그런데 남자의 우유부단한 언행이 그 아버지와 딸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남자는 매사를 결정할 때마다 홀어머니의 말을 따랐다. 주체성이 없었다. 그 아버지와 딸은 남자가 막내이지만 장차 홀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정도에는 수긍했으나,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등 배우자에게 의존하려는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무 나약하고 마마보이 성향을 보이는 모습을 그 아버지와 딸은 수용할 수 없었다. 결국 두 남녀는 파혼하고 말았다.

앞에 이야기한 사정으로 파혼했지만 그 사정은 하나의 빌미일 뿐이고 근본적으론 그 딸의 배우자 복과 배우자 운에 분명히 문제가 있겠다. 그 문제를 알아보자. 첫째 센 여자다. 신태강(身太强) 여자다. 신태강은 자기 자신이 매우 강하다는 뜻이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고집과 아집이 강하므로 남편과 불화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 정을 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사주에 양인(羊刃)이 2개나 들어 있다. 양인은 나를 상징하는 코드인 비겁(比劫)과 비슷한 코드인데 내가 약할 때 양인이 1개쯤 있으면 도움이 되지만 내가 강할 때 양인이 2개나 있으면 불화와 사고를 초래한다. 그래서 흉성(凶星)이요 악살(惡殺)이라고 한다. 이 흉성 악살이 다른 곳도 아닌 배우자 자리(일지日支)와 그 아래 시지(時支)에 자리하니 남편에게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남편 코드인 정관(正官)이 생년 천간에 1개 있으나 이를 잡아먹는 코드(식신食神) 앞에 앉아있으니 매우 무력하다. 넷째 지지(地支) 속에 또 다른 남편코드인 편관(偏官=살殺)이 숨어 있어서 관살(官殺)혼잡 상태가 되는 바람에 남자문제가 복잡해질 소지가 다분하다. 더하여 이 편관이 투합(妬合)하고 있으므로 남편은 다른 여자한테 정을 줄 조짐을 보인다. 투합은 질투이다. 다섯째 독수공방을 의미하는 신살인 고란살이 배우자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도 흉의를 더한다.

이상의 상태만으로 딸은 남편복이 나쁜 사주를 타고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운에서도 배우자운이 나쁘게 오고 있다. 29~38세 기간의 대운(10년 동안의 운)이 甲子운으로서 배우자 자리와 상충(子午충)하고 2020년 庚子년도 배우자 자리와 상충(子午충)하고 있으니 그 남자와 헤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불행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본디 신태강한 마당에 향후 68세까지 더욱 내가 강하고 고집을 피우는 운이 오니 본인과 음양오행이 조화를 이루는 남편을 만나지 않는 한 남편과 오순도순 사이좋게 무난히 지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별을 맞이할 조짐이다.

그 아버지에게 딸이 지닌 이런 문제를 숨김없이 이야기했더니 그 아버지가 의아해했다.
“날을 받아서 낳았는데 그렇게 나쁘다고요?”
“예”
“저희 딸애 생시가 미시는 맞지요?”
“아닙니다. 오시입니다.”
“예?”

딸의 출산이 임박해 왔을 때 병원 측은 태아가 거꾸로 들어서서 정상분만이 어렵다며 개복분만을 해야 한다고 하더란다. 이왕 그러면 좋은 날을 받아서 아기를 낳기로 하고 어느 철학관에 가서 출산택일을 했다고 한다. 그 철학관이 정해 준 시는 미시였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가 미시이니 오후 1시 이후에 제왕절개수술을 받으면 된다고 하더란다. 그래서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오후 1시 10분에 딸은 태어났다.

“그 철학관이 시간 구분을 잘못한 탓입니다. 우리나라 표준시가 동경 135도일 때는 미시가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이고, 표준시가 동경 127도 30분일 때는 미시가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까지입니다. 딸이 태어난 1983년의 표준시는 동경 135도입니다. 부모가 엉터리 철학관을 찾아간 잘못, 그 철학관이 시간 구분을 엉터리로 적용한 잘못이 딸의 운명을 이렇게 만들어버렸네요.”

딸이 태어난 이 날 중에 좋은 시는 없었을까? 진시(07:30~09:30)부터 유시(17:30~19:30)까지의 근무 시간대에 수술을 한다고 가정하고 출산택일을 해보자. 첫째 진시생이면 오시생보다 훨씬 낫다. 생시 천간에 편관(살)이 나타나 관살혼잡이 되므로 남편복이 흉한 것으로 보이지만 생년 천간의 정관이 가버리고 편관만 남게 되니 오히려 남편복이 좋아진다. 거관유살(去官留殺) 현상이다. 진시생이면 여장부가 되었을 것이다.

둘째 사시생이면 오시생보다는 좋다. 생시 천간에 정관, 지지에 식신이 나타나 정관이 무력하지만 중간에서 막아주는 재성이 있으므로 이별 우려는 없다. 진시생과 같이 양인이 1개뿐이니 성격이 매우 강하지 않다. 셋째 그 철학관이 잡아준 대로 미시생이면 오시생보다는 조금 낫지만 이별 우려는 상존한다. 양인이 1개뿐이면서도 신태강하지만 배우자 자리가 합을 이루므로 배우자와 화합하는 장점이 있다.

넷째 신시생이면 배우자와 이별 우려는 없다. 자식복과 재물복이 좋다. 다섯째 유시생이면 배우자복이 아주 나쁘지는 않다. 배우자에 대한 애정과잉이 문제일 정도다. 그런데 자식복이 나쁘다. 임신과 출산이 순조롭지 못하다. 늦게 혹은 어렵게 자식을 두겠다. 이상 오시를 제외한 다른 시간대 출생이면 모두 오시생보다는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찌 출산 때를 잡아도 그중에서 가장 나쁜 때를 잡았을까? 그 딸은 출산택일을 잘못하는 바람에 남편복을 매우 나쁘게 태어나 불행을 겪지 않을 수 없다. 파혼 후 딸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며 결혼 자체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건 약과다. 그 딸은 궁합을 보고 또 봐서 본인과 음양오행이 조화를 이루는 남편을 만나지 않는 한 피눈물 흘리는 고통을 피할 수 없겠다.

그 딸은 출산택일의 잘못으로 남편복을 흉하게 타고난 한 사례자이지만 이런 사례를 적잖이 봐왔다. 사주도 모르는 철학관도 문제이고, 그런 철학관에 가서 출산택일을 의뢰하는 의뢰인들도 문제다. 철학관 간판만 달고 있으면 사주를 잘 보고 운명을 잘 판단하는 곳이라고 믿으면 안 된다. 사주를 모르면서 출산택일을 하는 일은 어린이가 자동차를 모는 행위와 같다. 사주를 모르는 철학관에 가서 출산택일을 의뢰하는 일은 돌팔이 의사한테 수술을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의 운명은 태어난 순간의 생년월일시에 의해 정해진다. 그 순간의 길흉화복이 어떠한지를 올바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함부로 출산택일을 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부른다. 한 사람이 출산택일의 잘못으로 불행한 운명으로 태어나면 그 불행은 그 개인에 그치지않고 부부와 가족과 사회와 인류에까지 미친다.
출산택일은 고귀한 작업, 지난한 작업, 숭고한 작업, 신성한 작업이다.

 

 

■우호성<△언론인(전 경향신문 영남본부장)△소설가△명리가(아이러브사주www.ilovesajoo.com 운영. 사주칼럼집 ‘명리로 풀다’출간)△전화: 010-38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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