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자리가 줄고 있다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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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01  |  수정 2021-02-01 07:27  |  발행일 2021-02-01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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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기자<서울본부>

서비스업 일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일자리 감소의 주된 이유는 키오스크다. 키오스크는 원래 '신문·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의미했지만, 최근 서비스업 전반에 걸쳐 두루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체 속도가 더욱더 빨라졌다고 한다. 판매대에 장착된 무게 감지 센서를 통해 소비자가 집어 든 물품을 감지하고 가격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물건을 고른 후 출입문을 통과하면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결제시스템으로 자동 결제된다.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영화관 등은 주차요금을 징수하는 직원을 채용했지만, 이제는 무인결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키오스크의 확산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2013년 맥도날드가 1만4천개 매장에서 키오스크 도입 추진을 밝히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국내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16만6천명 감소했다.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는 이미 눈앞에 와 있다. 지난달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AI에 대한 기업체 인식 및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48.8%는 AI가 인력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응답은 50.1%였다. AI가 사람이 하던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일자리의 질도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미래 일자리 연구들은 대체로 고용 감소가 '중간 일자리'에서 벌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전망 2019'를 보면 2006년 이후 10년간 중숙련도 일자리 비율(각종 사무직, 기계 조작원 등)이 줄어든 국가는 30개 조사국 가운데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29개국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중숙련 일자리가 6.1%포인트 감소하며, OECD 평균(-5.3%포인트)보다 높았다. 고학력자가 고소득을 누리는 고숙련 일자리와 저학력자가 낮은 임금을 받는 저숙련 일자리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른 빈부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며 첨단 기술을 보유한 1등 그룹과 2등 그룹의 격차 역시 더 벌어질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이 논의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 정치권이 내놓고 있는 각종 재정 정책들이 코로나19 이후 우리를 급습할 산업 구조와 일자리 변화란 미지의 영역에서 국민을 구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구경모기자<서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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