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대재앙을 막으려면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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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7   |  발행일 2021-03-17 제26면   |  수정 2021-03-17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오늘날 겪는 대재앙 원인은
미리 대비하지 않은 허술함
미래 세대가 대가 치를 수도
지도자는 비관적 사고 갖고
최악의 사태 항상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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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11일은 일본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대재앙은 일본에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여전히 제대로 복구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날은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사태를 팬데믹으로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백신의 보급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고통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한편 지난달에는 폭설과 한파가 미국 남부를 덮쳤다. 수도관과 가스관이 동파되고, 정전이 발생하여 1천만명의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으며 경제적 피해도 매우 컸다. 이러한 재난들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대비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재난은 인류가 처음 겪어본 것이 아니다. 인류는 많은 강진과 쓰나미를 겪어왔다. 일본 역사에는 후쿠시마 해안을 덮친 것보다 큰 쓰나미들도 기록되어 있다. 이번에 미국 남부를 강타한 북극한파는 적어도 한 세대에 한번은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독감은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다. 가까이로는 사스와 메르스가 있었고 100년 전에는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도 있었다. 재난은 얼마나 자주 있느냐의 문제이지 반드시 일어나는 자연적 현상이다.

인류는 환경적 재난을 극복해나가면서 문명사회를 만들어왔다. 홍수와의 싸움으로 문명이 시작되었고, 추위와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 기술과 과학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인간 자신은 나약한 존재로서 환경의 작은 부분에 불과해 재난을 없애거나 피할 수는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언제인지 모르지만 반드시 나타날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진짜 대재앙은 인간이 재난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거나 허술하게 대비했기 때문에 나타난다.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대재앙의 근본원인은 기술과 과학이 재난을 막을 수 있고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주의에 기인한다. 일본은 역사에 더 큰 쓰나미들이 있었음에도 15m의 쓰나미도 이겨낼 수 없도록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였고, 미국은 10여 년 전에 이미 겪었음에도 한파를 감안하지 않고 전력그리드를 설계하고 인프라를 구축해놓았다. 세계 각국은 계속 신종과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있고 글로벌 팬데믹에 대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비한 인프라를 구축해놓지 않았다.

인간의 이기적이고 단기적인 관점 때문에도 문제가 악화된다. 정부나 기업은 발생 가능성은 가급적 낮게 예측하고, 그리고 피해 예상액을 적게 평가하여 재난에 대비한 투자의 규모를 줄임으로써 오늘의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높이거나 가격을 낮추고 있다. 예비전력이나 여유 설비는 미래 돌발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오늘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이러한 것들을 줄이는 것은 현 세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미래 세대에게 재난을 넘기고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각 부문에서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도자는 재난이 자신의 임기 중에 발생하지 않기만 바라서는 안된다. 이는 하늘만 쳐다보며 농사를 지었던 천수답 농사꾼과 다를 바가 없다. 책임자는 자신에게도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이에 대비하는 비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난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위협하는 내 문제라는 절실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다목적댐 건설과 산림녹화로 가뭄과 홍수의 재해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사스와 메르스의 사례를 통해 선진화된 방역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제 100년에 한번 나타날 수 있는 어떤 재난에도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팬데믹과 같은 과제의 해결을 위한 글로벌 협력체제에도 선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것은 선진국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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