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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7일 부산과 서울에서 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던 대구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두 가지 장면이 있었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인 이광재가 선거일 직전 부산에서 "지난 41년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대구경제는 지금 전국에서 꼴찌"라고 공언했다. 지역감정에 기댄 투표를 하면 나아지는 게 없다는 취지의 전형적인 선거용 발언이지만 대구시장은 곧장 '대구 땅에 발 들여 놓을 생각 말라'는 취지의 성명을 냈고 같은 당 시의원들도 '국회의원직 사퇴'를 운운하며 변죽을 울렸다.
부산시장 선거판에 강원도 원주를 지역구로 둔 의원이 '대구처럼 투표하면 못산다'라고 발언하는 걸 듣고 기분이 좋을 대구사람은 없을 거다. 우리끼리야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하나'라고 갑론을박할 수도 있겠지만, 강원도 사람이 부산에서 '대구를 봐라. 저 모양 저 꼴 아니냐'라고 떠들 지경까지 왔으니 화가 나는 건 그다음이고, 우리가 어쩌자고 이런 대접까지 감수해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앞선다. 그렇게 분통 터지고 남사스러운 판국에 대구시장과 시의원들의 반박 성명은 큰 위로가 되었다. 그런 대접을 받게 된 이면을 잘 알고 계신 분들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투표 당일 대구 중구-남구 곽상도 재선의원은 "송파구 장미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제3투표소에서 서울시장선거 투표를 마쳤다. 이번 선거에서 진절머리나는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 투표로 국민의 힘을 보여달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대구의 선출직 공무원들은 대구시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분들이고 그 정도 출세했으면 서울에 집 한 채 정도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하진 않다. 그리고 그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겠다. 그러나 분위기상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서울에 주거를 가지고 있어서 송구하다'라는 모양새를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곽 의원의 "서울 보궐선거에 한 표를 행사했다"는 일갈은 전혀 새로운 정치적 체험(대구 중구-남구에서 피선거권, 서울 강남에서 선거권을 각각 분리 행사한다)을 선사한 것으로서 획기적인 정치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SNS에서는 '놀랍다'라는 댓글이 대세였고, 같은 당 시장과 시의원들도 유구무언이었다.
10년 전, 경기도 어느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전직 대표로서 출마한 강재섭은 대구 서구에서 내리 네 번이나 당선되셨던 분이다. 그런데 16년이나 분당에 살고 있는 "분당 토박이"라면서 그쪽 사람들의 지지를 호소했다는 기억에 비추어 보면, 이 양반도 4선은 넉넉히 감당하실 것 같다.
정재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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