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청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영남일보가 응원합니다 .1] 스타트업 '피라파라나' 정성원 대표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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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8 07:12  |  수정 2021-08-12 15:51  |  발행일 2021-04-28 제1면
팍팍한 서울살이 싫어 대구로 U턴 "정서적 안정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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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파라나 정성원 대표가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피라파라나 제공〉

대구경북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 또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집중된 수도권에 청년들이 몰리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습니다. 정부는 지방균형발전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으나 비대칭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년인구 유출은 지역 혁신역량을 떨어뜨리고 경제를 위축시키는 원인입니다. 더 나아가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이제 청년인구 유입은 지자체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영남일보는 대구로 다시 돌아와 꿈을 키우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귀환 청년'들이 대구에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다면 어두운 미래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청년이 떠나는 대구가 아닌 '청년이 돌아오는 대구'가 되길 응원합니다.

꿈꾸던 대기업 들어갔지만
높은 월세와 야근에 시달려
퇴사 후 청년창업가 꿈 키워
업사이클 브랜드 론칭 준비
"나같은 청년위해 길 닦겠다"

스타트업 '피라파라나' 정성원(33) 대표는 대구에서 창업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정 대표는 5년여간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2년 전 대구로 돌아왔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그가 서울로 떠나게 된 계기는 대기업에 입사했기 때문이었다.

"제 또래 청년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환경이 좋은 곳을 먼저 찾잖아요.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었고, 대기업이 많은 수도권에 원서를 넣고 면접을 봤습니다. 제가 희망하던 기업에 들어가게 됐고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으면서 근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서울 생활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높은 월세와 팍팍한 생활에 늦은 시간까지 야근이 이어지면서 점차 지쳐갔다. 그러던 중 대구지사에서 근무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사로 발령나면 승진이 늦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정서적 안정을 위해 대구로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괜찮은 기업이었는데, 너무 일에 얽매이다 보니 젊음을 뺏기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끔 대구에 내려와 가족·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었기에 고민 없이 대구지사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구에서 그는 또 다른 가능성에 눈을 떴다.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 창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안정적인 직장을 벗어나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선택을 내린 것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흔히 직장 생활을 하면 3년, 6년, 9년차에 위기가 온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딱 9년차였습니다. 여기서 더 시간이 흐르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 만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퇴사와 동시에 그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갔다. 치열했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공백기의 여유로움을 느낄 틈도 없이 창업에 필요한 교육에 몰두했다. 이곳에서 만난 동기들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됐다.

"같이 교육을 받은 동기들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꿈을 키우는 청년들이 함께하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대구시에서 만든 청년희망공동체도 이런 방향성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 버팀목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 대표는 현재 브랜드 '부루(BOOROO)'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부루'는 순우리말로 '한꺼번에 없애지 아니하고 오래가도록 늘여서'라는 뜻이다. 그는 플라스틱을 원료로 새로운 가치의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Upcycle)'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지역 정착을 위한 여건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업 관련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지역으로 청년들이 모이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주거'입니다. 최근에 집값이 많이 올랐고, 월세도 저렴하다고 하기 어려워요. 이런 부분에 있어 지원책이 있으면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또 대구시에는 좋은 청년 정책이 많은데 몰라서 혜택을 못 보는 경우가 있어 홍보가 잘 됐으면 합니다."

정 대표는 대구에서 길을 닦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실 지금은 청년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 탓만 한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저는 '나부터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성공의 의미가 꼭 경제적인데 국한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뒤 따라 오는 사람이 헤매지 않도록 성실히 길을 닦아 가겠습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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