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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점찬 (대구미술협회 회장)...이건희 국립근대미술관, 대구에 설립돼야 한다

  • 이점찬 대구미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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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4   |  발행일 2021-05-14 제20면   |  수정 2021-05-14 08:24

이점찬
이점찬 〈대구미술협회 회장>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 기증을 계기로 국립근대미술관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 정신을 살릴 별도의 전시실이나 특별관을 설립할 방안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서울 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에서도 삼성그룹 또는 삼성가(家)와의 이런저런 인연을 내세워 이른바 '이건희미술관' 설립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국립근대미술관 유치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병철·이건희 컬렉션으로 대표되는 국립근대미술관은 누가 뭐래도 대구에 설립되는 것이 당연한 순리다. 그래서 대구미술협회(회장 이점찬)는 2천500명 회원들이 힘을 모아 이건희 국립근대미술관을 대구에 유치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미국 카네기재단이나 록펠러재단처럼 삼성문화재단을 포함해 '이병철·이건희 컬렉션'의 상징성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는 가지를 뻗고 잎이 무성하듯 이건희 컬렉션의 결실이 선대 이병철 회장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가에 기증한 컬렉션의 뿌리가 바로 이병철 회장이라는 사실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의 역사와 전통이 증명하고 있다. 대구에서 사업을 일으켜 성공한 이병철 회장은 어렵사리 수집한 고미술품을 바라보고 만져보고 비교하며 보다 아름다운 것, 훌륭한 것을 삼성의 경영철학으로 접목시켜 왔다. 이른바 '제일주의' 정신이다.

이후 선대의 유업을 이어받은 이건희 컬렉션은 기존의 호암미술관과는 달리 현대미술관 삼성 리움을 설립하고 해외 출장 때마다 값의 고하를 마다 않고 세계적인 명품 컬렉션에 엄청난 재력을 쏟았다고 한다. 이번에 기증한 컬렉션은 선대가 남긴 고미술품을 포함해서 총 2만3천여점. 아버지는 고미술품, 아들은 근대미술품을 수집하고 지켰다. 현재의 감정가격으로 무려 3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중에는 한국 근대 작가들의 대표작 및 미공개 작품이 천여 점 정도 포함되어 있다. 모두 미술사, 문화사적 가치가 완연한 작품들로 이의 활용은 대중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만들 것이며 국내 근대 미술 연구에 한층 발전된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여겨진다.

세계 주요 미술관은 대부분 시대에 따라 근대 이전/근대/현대로 역할 분담이 되어 있다. 각 시대에 따라 작품 성격이 다르고 그에 따라 연구·보존·전시·교육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는 현대미술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미술관이 있고 근대 이전 시기를 보여주는 간송미술관이 준비 중이다. 여기에다가 이번에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대구에 근대미술관이 마련된다면 국내에서는 최초로 이 모든 콘셉트의 미술관을 다 갖추는 문화 선진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또한 대구는 1920~30년대 서울, 평양의 중앙화단과 함께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대구는 근대기에 미술 연구기관 또는 교육기관을 통해서 미술가와 예술적 분위기의 확대를 도모하였고, 많은 단체전과 개인전의 개최, 그리고 조선미전을 통하여 중앙화단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등 일제 암흑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그로 인해 대구화단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상정, 서동진, 박명조, 서진달, 김용조, 이인성 같은 화가들이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였고 이로써 대구의 근대미술은 미술사적인 의의와 서양화 도입기, 신문물의 유입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독특한 화풍과 양식을 형성하였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고 여겨진다.

이건희 컬렉션은 가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그런 귀중한 문화유산을 국립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정부기관이 수장(守藏),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인들과 연고가 깊은 지방자치단체가 컬렉션 역사와 전통을 함께 기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인프라가 바로 삼성의 창업지이자 이병철 회장이 컬렉션에 입문한 '대구'다. 오늘날 초일류 글로벌 기업 삼성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가 백미다. 예나 지금이나 대구 경제권을 좌우하는 서문시장의 코앞에 삼성 창업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대구와 삼성의 뿌리깊은 인연이다. "이병철·이건희로 대표되는 국립근대미술관이 대구로 와야 한다"는 대명제(大命題)가 그래서 나온다.

이점찬 〈대구미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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