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27) 일본어로 괴담 들려주기

  • 전혜민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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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8 18:39  |  수정 2022-01-17 15:32

일본 생활 4년 차. 일본어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에 완벽하게 적응했지만 가끔은 버벅대기도 한다. 어느 날은 유창하게 구사하다가도 유독 힘든 날이 있기 마련. 필자는 회사 사람들에게 괴담을 얘기해 줄 때가 그랬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어느 여름날 회식 때였다. 그날은 마침 비가 많이 내려 분위기가 서늘했다. 회식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을 즈음, 괴담을 나누기 좋은 타이밍이라는 등 여차여차해서 다들 흔쾌히 이야기 보따리를 풀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괴담을 듣거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나름 여러 에피소드를 알고 있다고 자부해 왔지만, 이걸 일본어로 풀어내자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먼저, 알고 있는 내용을 일본어로 알기 쉽게 번역해야 했고 동시에 회사 사람들을 소름 끼치게 하기 위해 괴담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도 잡아야 했다. 이에 더해 강조할 대목을 짚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혀가 꼬이고 뇌도 꼬여버리는 기막힌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완벽하진 못했지만, 다행히 이야기를 무사히 마쳤다. 회사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경청해 주는 듯했고, 필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반응도 꽤 해줬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이날은 필자가 일본어로 고생했던 기억 중 상위를 차지한다.

이 밖에도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일본인 친구들에게 한국의 인터넷 신조어나 줄임말을 설명하는 등 일본어가 꼬이는 상황은 꽤 있었다. 일본 생활 초기에 일본어가 생각대로 잘 나오지 않을 때는 당황스러움에 입을 다물어버리는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지금은 익숙해졌기도 하고, 어쩌다 혀가 꼬였을 때는 천천히 다시 말할 수 있는 여유로움도 갖췄다. 올해부터는 현지인만큼 능숙하게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어휘력과 발음 교정에 더 신경 쓸 계획이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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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라이풀은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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