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화의 디지털 중국] 중국의 '디디추싱'은 왜 미국에 상장했나

  •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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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3   |  발행일 2021-07-13 제22면   |  수정 2021-07-1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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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지난 4일 중국의 사이버 감독기구인 인터넷 안보심사 판공실(CAC)은 국내 앱스토어에서 '대륙의 우버' 디디추싱앱 삭제를 명령했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국가안보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지난 2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데이터 보안 위험에 대비하고 국가안보의 공공이익을 지키기 위해 디디추싱에 대한 네트워크 보안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조사 기간 디디추싱의 국내 신규 이용자 모집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5일부터 디디추싱 관련 20개 앱 모두 다운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디디추싱은 공산당 100주년 기념일 하루 전날인 6월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44억달러(약 5조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그룹홀딩스의 250억달러 자금 조달 다음으로 중국기업의 미국 IPO(기업공개)로선 최대 규모다. 골드만 삭스, JP모건 등 대형 미국계 증권사들이 상장 주간사로 참여했고 상장 총 소요 기간도 20일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의 시가총액은 600억달러다.

이번 중국 당국의 디디추싱 규제조치는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규제조치와 비교할 때 신규 문제도 등장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반독점 규제를 앞세워 중국 국내 정보통신(IT)기업들에 대한 규제강화에 나섰다. 당시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은 반독점 의혹으로 홍콩거래소와 상하이거래소 모두 상장요청을 철회시켰다. 디디추싱도 이번 미국시장 상장 이전 중국당국의 상장철회를 요청받았지만 상장을 강행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개인정보 해외유출이라는 국가안보 문제로 조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지난 5일 디디추싱이 중국 사이버보안당국인 CAC로부터 IPO 연기와 함께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철저한 셀프 점검을 요구받았으나, IPO 절차를 멈추라는 명령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해 상장을 강행했다고 밝혀왔다. 일부 금융규제기관은 해외 상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중국정부 기관들에서 엇갈리는 메시지들이 전달되기도 했다. 그동안 디디추싱은 17번의 융자와 30개 기관의 투자를 받았으며, 상장을 통해 소프트뱅크와 같은 벤처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했다. 따라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디디추싱은 그동안 투자자들로부터 '빨리 상장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디디추싱이 지속적으로 융자를 할 수 있었다면 중국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 상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디디추싱은 계속해 융자를 받는 것이 한계가 있기에 지금 이 시점에 상장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은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가장 최고의 선택이다. 미국증시는 올해 들어 계속해 성장한 반면 중국증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디디추싱의 주주 입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미국 상장은 최선의 선택이며 상장 이후의 국제적 지명도와 브랜드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미국 상장은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번 디디추싱 국가안보 위반 점검사건은 중국이 앞으로 자국 기업의 미국 등 해외 증시 상장을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빅테크기업에 대한 조사와 결이 다르다. 중국정부의 주장은 우선 이들 플랫폼 기업들의 빅데이터는 순상업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전과 관계되는 안보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기업의 해외시장에 대해 중국정부는 감독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10일 통과한 중국 데이터보안법 세칙은 오는 9월부터 실행하는데, 디디추싱은 6월30일 상장해 법적 공백 시점을 이용했다는 의구심도 있다.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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