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굳어가는 폐섬유화증…"호흡곤란·기침 지속 땐 특발성 폐섬유화증 의심"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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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4 07:45  |  수정 2021-08-24 14:56  |  발행일 2021-08-24 제16면
50~80대, 여성보다 남성 발병률 높아
흡연 등 분진 많은 환경서 위험 증가
관절경직·염증·발진 등 증상과도 연관
전신 자가면역질환 여부 검사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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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섬유화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A사에서 일하다 폐섬유화증에 걸린 노동자(69)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았고 이는 A사 사업장에서 폐섬유화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받은 최초 사례다. 2019년 폐섬유화 진단을 받은 그는 A사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석탄 분진과 각종 발암물질 및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이 폐섬유화증의 원인이라고 봤고, 지난해 12월 동료들과 함께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을했다.

앞서 이 질환이 주목받은 사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폐 조직이 굳고 딱딱해져 호흡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질환인 '폐섬유화증'이었기 때문이다.

◆폐섬유화증이란

폐섬유화증은 말 그대로 '폐에 흉터가 형성되는 것'이다. 흉터는 간질이라고 하는 폐포(기낭)에 발판(지지 조직)을 제공하는 폐 조직에서 일어난다. 섬유증은 간질을 두껍게 만드는데, 이렇게 되면 기낭이 뻣뻣해져 정상 상태처럼 완전히 확장되지 않아 충분한 공기를 채울 수 없게 된다. 또 두꺼워진 간질(사이조직)은 산소가 폐포벽을 지나 혈류로 들어가는 것도 방해하게 된다. 다시 말해 폐를 구성하는 수억 개의 '폐포'가 체내로 들어온 산소를 혈관으로 내보내게 되는데 폐포에 흉터가 생기면 폐 조직이 점차 딱딱해져 산소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호흡곤란이 심해져 숨을 거두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심장이 폐 대신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초래해 심장질환 발생 위험도 커지게 된다.

폐섬유화증은 자가면역질환, 환경 또는 직업적 노출, 특정 의약품의 부작용과 다양한 기타 원인으로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많은 사례를 광범위하게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를 '특발성'이라고 부르고, 이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환자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진행, 특발성 폐섬유화증(또는 IPF)이라고 진단하게 된다. 다만 이전에 폐섬유화증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경우는 배제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어떻게 진행되나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보통 50~80대 사이의 연령대에서 많이 진단되고,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 위험이 더 높다.흡연이나 분진이 많은 환경에서의 작업과 관련된 과거력 또는 현재력은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여기에 가족력이 있을 경우 연관된 여러 유전자가 존재하기도 한다. 연령대별로 보면 50세 이하에서 특발성 폐섬유화증이 진단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주요 증상은 움직일 때의 호흡 곤란으로 질환을 겪고 있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발견된다. 특히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호흡 곤란은 종종 신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들은 정상적인 신체활동을 하는것이 어렵다. 활동을 하는 동안 그 속도를 늦추거나 휴식과 회복을 반복해야 한다. 심할 경우 활동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많은 환자들은 빠르게 걷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경사를 오르는 데 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또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는 호흡곤란과 기침·피로 등의 증상을 보이고 약 85%가 기침 증상을 보인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폐에서만 발생하는 만큼 환자의 관절 경직이나 염증, 발진 또는 폐 외부에서 발생하는 증상이 있을 경우는 특수검사가 필요한 다른 질환, 특히 전신 자가면역 질환 여부도 검사를 해봐야 한다.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특발성 폐섬유화증 초기의 경우 단순 흉부 엑스레이(X-ray) 검사에서는 결과가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질병이 진행되면 흉부 엑스레이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진단을 위해서는 폐섬유화증을 세부전공한 호흡기내과 전문의(폐질환 전문의)가 증상, 병력, 과거 의약품 사용, 직업력을 확인하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폐의 흉터형성을 유발하는 잠재적 노출 요소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의 폐섬유증 병력, 즉 가족력도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여기에 자가면역 질환의 혈액 표지자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폐기능 검사(호흡검사)와 산소 농도 검사(걷기 검사 등)는 종종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중증도를 평가하고 시간에 따른 악화를 살펴보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병이 더 진행된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의 경우 심장초음파를 통해 폐고혈압과 같은 심장 합병증이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한다.

일부의 경우 굴곡성 기관지 내시경술이나 흉강경을 이용한 폐 생검 등의 추가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기관지 내시경은 수면마취 상태에서 얇은 굴곡형 튜브를 입이나 코를 통해 폐로 삽입하는 시술로, 이 관을 통해 검체를 채취해 분석하게 된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최종 진단에는 폐섬유화증 환자를 평가하고 치료한 경험이 있는 전문의들이 모여 환자의 여러 임상적 특징, 영상 소견, 생검 결과를 다학제적 회의에서 논의, 증례 집담회에서 검토한다. 이 논의에는 호흡기내과 전문의, 영상의학과 전문의, 병리학 전문의 등이 참여하게 된다.

다만 최근 들어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과거 연구에서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의 절반이 3~5년 미만 정도 생존하는데 그쳤지만, 지난 10년간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관리가 발달하면서 환자의 예후도 향상됐다. 또 퍼페니돈과 닌테다닙의 치료제는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마쳤고, 항섬유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많은 임상시험에서 새로운 치료제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최선하 교수(호흡기내과)는 "호흡곤란이나 기침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면서 "또 특발성 폐섬유화증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경우 해당 질환의 진단과 치료 경험이 있는 호흡기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최선하 칠곡경북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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