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벽에 가로막힌 대구판 한옥마을] "어느날 갑자기 한옥보존구역 지정해 황당" 집집마다 '반대' 팻말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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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30 16:22  |  수정 2021-10-04 16:33  |  발행일 2021-10-01 제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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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대구 중구 동산동 한 주택 앞. 한옥마을 지정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팻말이 부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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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대구 중구 동산동. 한옥마을 지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 29일 대구시 중구 동산동. 오래된 주택단지에 들어서자 '한옥마을 지정을 반대합니다'라는 문구의 팻말이 눈에 띄였다.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 집집마다 같은 팻말이 대문에 부착돼 있었다. 금이 가거나 색이 바랜 벽, 녹슨 철문이 주택의 나이를 짐작케 했다. 잡초가 자라 빈집으로 추정되는 노후 주택도 적지 않았다.

이곳은 대구 중구청이 한옥마을 조성을 추진 중인 지역으로 지난 2015년 한옥보존구역으로 지정됐다. 2018년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뉴딜사업 일반 근린형 사업지로 선정됐고, 용역을 통해 지구단위 개발 계획을 확정했다.

대구판 전주 한옥마을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 제약, 경제적 부담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대구시 '한옥 진흥 조례'에 따르면 한옥을 신축하면 최대 5천 만원(전면 보수 4천만 원, 외관 보수 1천만)을 지원받을 수 있으나, 실제 공사 비용은 이를 초과해 자부담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만난 주민 A씨는 "집을 보수해야 한다는데 당장 몇 천만 원을 써야 한다고 하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대부분 나이든 사람들 뿐인 데 이제 와서 한옥을 새로 짓는데 찬성할 사람이 어딨냐"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B씨는 "충분히 설명도 못 들었고 우리는 동의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한옥지구라고 멀쩡한 집을 바꾸라고 하니 황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동산동 지구단위 계획 내 마을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한옥지구 지정 취소 신청서를 중구청에 제출한 상태다.

협의체 관계자는 "역사성, 전통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형식적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구청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공청회, 주민 설명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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