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6주년 기획] "위드 코로나 시대 지방이 떨고 있다"...의료 등 수도권 쏠림 심화로 격차 더 커질 것

  • 노인호,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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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0 13:55  |  수정 2021-10-12 08:19  |  발행일 202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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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가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2019년 코로나19가 덮친 이후 곳곳에서 '힘들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면서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고 있지만, 결국은 각자가 서바이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양극화 심화'이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코로나19 이후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요구가 커지면서 막대한 자금과 우수한 인프라, 인적자원이 몰려 있는 수도권 불랙홀은 더 거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대면 경제 전환 거센 물결
본격적 디지털 시대 진입 예고
소비 지역적 경계 파괴 가속화
모든 분야서 비대면 요구 확산
원격진료 도입 여론도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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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지는 비대면 요구
국회미래연구원은 '세계적 감염병과 사회변화-코로나19 이후 세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이후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오기 이전에 "온라인으로 해야할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굳이 만나서 해야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묻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예견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하루의 대부분을 물리적 세계가 아닌 사이버 세계에서 보내게 된다. 출근하면 각종 소셜네트워크와 메신저, 이메일로 소통한다. 아예 재택 근무로 사무실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퇴근 후에는 넷플릭스나 왓챠에 들어가 영화를 보거나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온라인 세상인 이곳에서 친구도 만나고 여가를 즐긴다. 음식은 배달앱이나 밀키트로 집안에서 해결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서비스의 요구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원격진료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시작된 지난해 2월 24일부터 올해 8월까지 진료 건수는 총 264만7천967건이었다. 진료비는 409억원에 달했다. 비대면 진료를 진행한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 7만969곳 중 1만1687곳(16.5%)으로, 의료기관 6곳 중 1곳 정도이다. 

 

수요가 확인된 만큼 원격진료에 대한 요구도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올해 초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비대면 의료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19년 612억달러에서 오는 2027년 5천59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블랙홀' 무한 확장
온라인 인프라·자금 서울 집중
대면 산업 비중 높은 대구경북
경제 충격·지역 격차 확대 우려
"독과점 규제처럼 균형정책 절실"


◆ 기울어진 운동장 더 기울어져
비대면 강화는 고착화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지금보다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본과 우수한 인적자원,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수도권에서 진행하는 비대면, 원격서비스로 몰리게 되고, 비수도권의 관련 산업 들은 위축할 수 밖에 없다. 의료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지방환자의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료기관 이용 인원은 297만 7천명으로 2015년 268만3천명보다 29만 4천명, 10%이상 증가했다. 

 

대구 환자 중 수도권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우는 12만3천명에서 15만7천명으로 11.3%, 경북의 경우 26만2천명에서 28만8천명으로 9.9%이상 늘어났다. 또 대구 환자가 수도권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지출한 진료비는 2015년 119억원에서 2019년 194억원, 경북은 338억원에서 532억원으로 5년간 각각 63%와 57% 늘어났다.<그래프 참조> 

 

대구·경북의 경우 수도권 진료를 위해 2시간 가량 이동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매년 진료 인원과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진료가 본격화하면 거리제약이 없어져 수도권 쏠림 현상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부회장은 "아무런 준비없이 원격진료를 허용하게 되면 의료 수요가 수도권을 몰릴 것이다. 비수도권은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다"라며 "진료의 기본 원칙은 대면 진료이고,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환자 편의성과 경제성을 내세우며 비대면 진료를 추진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경제적 충격도 커질 전망
코로나19로 대구 등 비수도권이 받은 경제적 충격이 가뜩이나 큰 상황인데,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1분기까지 지역내 총생산(GRDP)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대구 GRDP성장률은 -5.2%를 기록한 반면 서울과 경기는 각각 -1.9%와 -0.6%를 기록했다. GRDP성장률이 감소한 것은 지역별 코로나 발병률과는 상관관계가 매우 낮았다. 오히려 산업구조 차이, 즉 코로나19로 충격을 많이 받게 되는 대면 서비스과 상관이 있었다. 

 

대면 서비스 산업의 지역별 경상GRDP 내 비중을 보면, 대구는 10.4%로, 서울(8.9%)과 경기(7.8%)보다 높았다. 비대면이 확산하면 대구가 받을 충격이 서울과 경기보다 더 큰 구조인 셈이다.


권업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는 "대면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지역을 찾게 되는 경우가 생기지만, 비대면사회가 되면 아예 안 올 수도 있어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 포털이나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선점해 우위를 가진 것처럼, 기득권을 가진 서울 등 수도권이 전체를 다 가져가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독과점 기업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처럼, 비대면 시대에 맞게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정상적인 경쟁이 가능하도록 중앙정부가 정책 균형감각을 갖추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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