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톺아보기] 바이킹족과 나이테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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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4   |  발행일 2021-10-25 제25면   |  수정 2021-10-24 17:08
박재열

바이킹족이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캐나다에 정착한 것이 꼭 천 년 전인 1021년이라는 것을 밝힌 논문이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북단에 있는 랑스오메도즈에는 바이킹족이 거주한 유적이 남아 있다. 이곳은 1960년부터 북미 최초의 유럽인 거주지로 알려져 고고학적 연구가 이루어져 왔고 1978년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정착한 시기에 대해 콜럼버스가 미국에 도달하기 500년 전쯤이라는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확실한 연대를 알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확실한 연대를 알아낸 것은 랑스오메도즈에서 발견된 나무 조각 세 개의 나이테를 연구함으로써였다. 과학자들은 태양폭풍이 나이테에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태양폭풍이 나타날 때는 방사성탄소인 탄소14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지구상의 모든 나무에 그 증가한 탄소가 스며드는데, 그런 일이 서기 775년과 서기 993 년에 있었다는 것이다. 

 

바이킹족 주거지에서 발견된 나무 조각에서 이 방사성탄소의 흔적이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구전되어오는 전설에는 옛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오늘날 캐나다 땅인 '빈랜드'에 다녀왔음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때가 993년과 가깝지 않는가. 

 

이번에 과학자들은 그 방사성탄소가 들어있는 나이테에서 나무껍질까지 29개의 나이테를 확인할 수 있어 바이킹족이 와서 나무를 벤 것이 1021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종전에는 탄소연대측정으로 그 시기가 서기 990년에서 1050년 사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775년과 993년은 각각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이므로 이 시대의 나무 조각을 샅샅이 읽어 볼 일이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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