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에서 벗어나고 싶다." 코딩 배우는 문과 출신 취업준비생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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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8 17:46  |  수정 2021-10-29 09:10  |  발행일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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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구의 한 취업준비생이 코딩 공부를 하고 있다.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를 벗어나기 위해 문과 출신 취업준비생들이 IT를 배우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송합니다"는 IT중심의 취업시장에서 갈 곳 잃은 문과 대학생들이 자신의 처지를 자조할 때 쓰는 유행어다.

최근 취업을 위해 IT 기술 공부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구직자 7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문과 전공 구직자의 18.5%가 '코딩을 배우고 있다'고 답했다. 구직자 5명 중 4명은 '코딩 능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대구지역 문과 출신 취업준비생들도 마찬가지다. 심리학과에 입한한 김모(27·대구 북구)씨는 대학 3학년 때부턴 컴퓨터공학과 수업을 들었다. 김씨는 "융합전공을 신청해 코딩에 처음 입문했다"며 "코딩에 흥미가 붙었고, 취업 시장 수요도 훨씬 많아서 현재 개발 직군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주모(25·대구 북구)씨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최근 IT계열의 2년제 전문대학에 재입학했다. 주씨는 "공무원을 고민하다 아예 진로 자체를 바꿨다"면서 "IT직군의 연봉과 발전 가능성이 높아 매력적으로 보였다"라고 했다.

문과 출신 취준생들이 '코딩'을 배우는 이유는 높은 취업률과 발전 가능성, 상대적으로 넓은 채용의 폭이다.

문과 계열 졸업생과 공학 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엔 차이가 난다. 교육부 대학알리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한 대학교 전자공학과의 취업률은 71.7%였지만 철학과의 취업률은 45.8%이었다.

기업들도 IT·디지털 직군의 채용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최근 기업들이 '공개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고 있지만, '공개 채용'은 IT·디지털 분야에 한정됐다. 지난 하반기 국민은행 채용인원(200명)의 85%(170명)가 IT·데이터 직군이었다. 농협은행은 일반직군 채용에서 디지털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IT·디지털 직군이 대세가 되면서 고민에 빠진 취업준비생이 적지 않다. 대학생 이모(25·대구 북구)씨는 "내 적성은 100% 인문계다. 그런데 취업 때문에 적성에 안 맞아도 진로를 바꿔야 하나 매 학기 고민한다"고 했다.

대구지역 4년제 대학을 나온 직장인 A(37)씨는 "우리 대학도 '취업 실무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홈페이지 만들기' 등을 가르쳤고, 일정 수준이 넘어야 졸업할 수 있었다. 문과계열인데 왜 그런 걸 배워야 하는지 황당했다"라며 "대학 공부도 점점 취업시장에 맞춰지는 것 같다"고 했다.  

 

글·사진=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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