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칼럼] '변호사 이재명'과 '대선후보 이재명'의 다른 잣대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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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9  |  수정 2021-11-29 07:25  |  발행일 2021-11-29 제면
조카 살인사건변론 사과

어쩔 수 없었다 주장하나

다른사건 수임도 드러나

변호사 업무 영역이지만

대선후보 자질론 불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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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최근 사회 문제가 된 데이트 폭력과 관련해 지난 24일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 "데이트 폭력은 모두를 망가뜨리는 중대범죄다. 피해 예방, 피해자 보호, 가중처벌 등 여성안전을 위한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있었던 일 하나를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후보가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고 한 사건은 조카가 사귀던 여성과 그 어머니를 무참히 살해한 '서울 강동구 모녀 살인 사건'(2006년 5월)이었다. 당시 '변호사 이재명'은 "조카가 심신미약으로 충동조정능력이 저화된 상태"라며 법원에 감형을 요청했다.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조카는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다. 이번에 이 후보가 이 문제를 털고 가겠단 듯이 스스로 사과했지만 문제가 더 커져버렸다. 당시 조카의 칼부림을 피해 아파트 5층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던 피해자의 아버지가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가정을 망가뜨린 살인범죄를 어떻게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느냐"고 분노했다.

일가 중 변호사가 자기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변론을 했다는 이 후보의 말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듬해 친척이 아닌 범인이 저지를 유사한 사건을 수임했음이 확인된 까닭이다. '경기도 성남 수정구 살인사건'인데, 당시 범인은 연인관계였던 40대 여성을 딸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했다. 조카 사건 때처럼 어쩔 수 없이 맡은 게 아니라 의뢰가 들어오니 흉악범죄라도 별다른 생각없이 수임한 셈이다. '변호사 이재명'은 이 사건을 동료 변호사 한 명과 함께 맡았는데 재판에 두 번 출석했다. 그때도 이 후보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상실 내지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변론했다. 하지만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2018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민들은 정신질환에 따른 감형에 분노한다"고 통탄했다. 나아가 지금의 '대선후보 이재명'은 여성안전을 위해 일벌백계하겠다고 밝힌다.

변호사는 살인범이라도 의뢰를 받으면 변호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럴거면 '인권변호사' 타이틀은 반납해야 한다. 사회정의 실현의 꼭대기 자리에 앉을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이 후보의 경우 과거 일을 반성한다면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피해자 아버지의 분노가 나오자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받으신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고 표현한 건 의도된 미숙한 표현으로 들린다. 사실 이 후보 조카 사건은 배우 김부선씨 측에 의해 지난 7월에 처음 공개됐다. 김부선씨는 과거 이 후보로부터 들은 이런저런 얘기들을 공개하며 둘의 교제 사실을 입증하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조카 사건도 나왔다. 그 시점엔 쟁점이 되지 않았지만 최근 데이트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불거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대위가 출범해 검증이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이 후보가 선제적으로 이 문제를 꺼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친척 일이어서 어쩔 수 없이 사건을 맡았다"고 한 이 후보의 말은 식언이 돼버렸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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