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다영은 잊어라'…대구여고 배구부 김나현·지현 자매 "차세대 쌍둥이 배구스타는 우리"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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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8   |  발행일 2021-12-28 제19면   |  수정 2021-12-28 07:38
대구여고 쌍둥이 배구 선수
대구여고 쌍둥이 배구 선수 김나현(왼쪽)과 김지현이 대구여고 체육관 코트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여고 배구부는 제102회 전국체육대회 여자 고등부 배구 정상에 올랐다. 오로지 '대구 출신' 선수들로만 구성된 진정한 대구 대표 선수들이 만든 귀중한 성과다.

1959년 창단 후 첫 전국 제패를 이룰 수 있었던 건 박사랑·서채원·정윤주 3학년 3인방이 중심을 잡아준 덕이다. 이들의 맹렬한 활약 덕에 대구여고는 어느 배구 명문 부럽지 않은 전력으로 전국을 호령했다.

팀의 대들보 3인방은 이제 학교를 떠났다. 커다란 구멍이 생긴 대구여고 배구부는 내년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언니 "용병 선수 주로 맡는 라이트 포지션서 잘 해내고 싶어"
동생 "선배 박사랑을 롤 모델 삼아 리더십 있는 선수 되겠다"
전국체전 우승에도 선수수급 차질…"관심 있으면 문 두드리세요"


◆'배구 명문' 대구여고 배구부의 두 기둥…김나현·지현 쌍둥이 자매

올해 대구여고 배구부를 전국 최강으로 이끈 세터 박사랑은 올해 여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센터 서채원은 박사랑과 함께 광주 페퍼저축은행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레프트 정윤주는 인천 흥국생명에서 뛰면서 올 시즌 '신인왕'까지 넘보고 있다.

이러한 걸출한 3학년생들이 빠져나간 대구여고 배구부는 김나현·지현 쌍둥이 자매가 이끈다.

김나현은 라이트, 김지현은 세터를 담당하고 있다. 김나현은 이번 전국체전에서 주전 라이트로 활약하면서 대구여고의 우승을 도왔다. 김지현도 8강전 도중 부상으로 빠진 박사랑을 대신해 8강, 4강, 결승까지 안정적으로 공을 배급해내며 주역으로 떠올랐다.

특히 갑작스레 경기에 투입된 김지현은 "처음엔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싶었다. 첫 경기에선 많이 떨었는데, 주변에서 3학년 언니들이 많이 도와줬다. 그 경기에서 이기고 나니까 이후엔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간 뛰어난 선배들의 선전 때문에 두 자매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자칫 위축되거나 흔들릴 수 있었지만, 김나현·지현 자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노력했고 결실을 얻고 있다.

김나현은 "작년 12월쯤 코치 선생님 조언을 따라 포지션을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바꿨다. 프로에선 라이트에 용병이 주로 선다. 하지만 요즘엔 김희진 선수 같이 라이트에서 잘하는 한국 선수도 있다"며 "난 공격과 블로킹이 좋은 편이고 리시브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 중 라이트가 잘 없으니 오히려 빈자리를 노려보려 한다"고 했다.

김지현도 "세터엔 뛰어난 선수가 워낙 많다. (박)사랑이 언니를 롤모델로 삼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랑이 언니처럼 리더십도 있고, 모든 부분에서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올해 여자배구는 흥망성쇠를 모두 겪었다. 그 중심엔 한국 여자배구 간판스타였던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있다. 이재영·다영은 지난 2월쯤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여자배구계를 발칵 뒤집었다. 김지현·나현 자매는 '쌍둥이'라는 수식어에 부담을 느끼지만 긍정적인 자극도 얻는다.

둘은 "혹시라도 나중에 '짜고 친다'는 말이 나올까 걱정되기도 한다. 쌍둥이란 이유만으로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 행동에 더 신경쓴다. 한 명이 잘하면 남은 하나도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경쟁을 붙이는 것도 부담스럽다"면서도 "그래도 같이 운동할 때 즐겁고 자극이 된다. 힘들 땐 다시 같이 잘해보자, 괜찮다, 힘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체전 우승에도 해체 위기 놓인 대구여고 배구부…"배구 선수 모집합니다"

김나현은 이제 대구여고 배구부 주장으로서 팀을 이끈다. 김지현도 동료들이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도록 힘껏 공을 뿌려줄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엔 이들의 배구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대구여고 배구부 인원이 부족해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서다.

김재학 대구여고 배구부 코치는 "현재 나현·지현이를 포함해 2학년 4명이 있다"면서 "1학년생 2명이 있었고, 2학년에도 한 명 더 있었으나 이번 전국체전 우승 이후 다 나가고 네 명만 남아있다"고 했다.

배구는 최소한 여섯 명이 있어야 팀을 꾸려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이대로라면 배구부 해체까지도 걱정해야 한다.

김 코치는 "우리 학교는 교육청 지침에 따라 기숙사를 운영하지 않는다. 학교 지원에 부족함이 없지만, 일반 고등학교에 공립이기 때문에 특성화고나 사립과도 사정이 다르다. 다른 지역 선수를 뽑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대구여고 배구부는 삼덕·신당초등에서 대구일중으로 이어지는 선수 수급 라인을 갖고 있는데, 대구일중 선수들이 다른 지역 배구부를 지망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선배들은 후배가 떠나니 제대로 된 팀을 꾸릴 수 없다고 판단해 지역을 떠나고, 후배들도 그런 선배를 따라 나가는 악순환"이라고 덧붙였다.

김나현·지현 자매도 "학교 상황이 많이 힘들다. 어느 학교엘 가더라도 대구여고만큼 지원해주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코치 선생님도 잘 가르쳐주시고, 부족한 건 없는지 항상 물어보고 도와주신다. 내년에도 (대구여고 배구부원들이) 잘 참고 열심히 해서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코치는 팀을 유지하기 위해 발로 뛰며 선수를 발굴하고 있다. 신입생 한 명과 2학년에 올라갈 학생 한 명을 겨우 찾아내 6명을 채웠다. 그러나 6명으로 1년을 보내기엔 무리다. 한 명이라도 부상 당하면 경기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중·고등학생 때 운동을 시작하면 늦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키가 큰 학생들은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종목이다.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프로배구로 진출하지 않아도 여러 진로가 있다. 대학 배구부도 있고 체육 관련 학과 진학도 가능하다. 배구를 하고 싶은 학생은 문을 두드려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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