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주민 기만하는 방폐물 처리 미봉책 결단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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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9   |  발행일 2021-12-29 제27면   |  수정 2021-12-29 07:13

경북도를 비롯한 4개 원전 소재지 지자체가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폐핵연료봉)의 원전 부지 내 보관 명문화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그저께 제10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생기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최소 20년간 원전 부지 내에 임시 보관할 수 있게 된다. 중간 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하려면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원전 부지 내의 사실상의 영구보관과 다를 바 없다. 관련 지자체와 원전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번 결정 과정엔 원전 내 저장시설을 반대해온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17일 의견 수렴 토론회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아 원전 지역 주민들의 의견 참여 기회를 박탈했다. 울진과 경주 등지에선 정부가 사용 후 핵연료를 다른 지역으로 실어낼 것을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았다며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관련 지자체장들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수립에 참여권과 의견수렴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을 지적하는 공동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것도 이런 이유다. 주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는 정부의 결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에 원전 지역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 원전 내 저장시설은 잠재적 위험성 등을 근거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서도 권고하지 않은 사안이다. 정부는 임시방편적 해법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자체장들이 건의서를 통해 밝힌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심의 의견 추진 반대 및 전면 재검토,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의 구체적 운영계획 명시, 원전 소재 지역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 및 의견수렴방안 마련 등의 요구사항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희생을 감수해온 원전 주민들에게 납득할만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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