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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석기자〈경제부〉 |
스타트업 대표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올라야 하는 무대가 있다. 무대에 오른 주인공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핀 조명에 의지한 채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연령과 수준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 순간 최선을 다한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선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스타트업 리더스 포럼이 반복적으로 열린다.
예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각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타 제품과의 차별성에 초점을 맞춘다. 현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초기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재무 상태 등 정량적인 정보보다 회사의 비전과 대표자의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얼마 전 방문한 대구의 한 스타트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이 회사는 난치성 신약 연구만으로 최근 3년간 약 2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매출이 발생하고 관련 제품이 있을 거라 지레짐작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요'였다.
구체적인 신약을 출시도 하지 않은 이 회사에 투자자들이 모이고 있다는 소식은 기자에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2년 넘게 지역 기업을 취재하면서 쌓아온 경험이 '허상'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너무 제조업에 치우친 취재를 해오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 뇌리를 스칠 때쯤 대표의 말 한 마디가 방점을 찍었다. "IT(정보기술) 스타트업은 구독자·방문자 수로 가능성을 평가받고 생명공학계에선 임상을 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서울·판교 쪽에서 당연한 이야기가 대구경북에선 비교적 생소한 논리로 통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우린 지나치게 외형과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능성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더욱이 숫자로 표현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익숙한 환경에 매년 비슷한 모습을 갖추고 살아가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와 달리 산업계에서 부는 변화의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국내 부자 순위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던 제조업 대표들은 오늘날 IT·바이오 기업 대표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지 않은가.
조금 더 좋은 설비를 갖추고 물량을 대량으로 뽑아내 이윤을 얻는 시스템은 IMF 외환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2의 비상을 꿈꾸는 대구경북 기업인들이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오주석기자〈경제부〉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