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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
유리 구두를 신고 있으면 눈부신 주인공이 되어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다. 신데렐라 유형의 대표적인 설화는 한국의 '콩쥐팥쥐'다. 주인공을 학대하는 계모와 의붓 자매, 동물들의 신비스러운 구원 행위와 배우자의 구애 행위 등을 모두 갖고 있다. 콩쥐는 아버지의 보호를 받지 못해 계모 배씨로부터 온갖 학대를 받는다. 만약 그녀가 신발을 떨어트렸다가 되찾지 못했다면 순조롭게 잘 결혼하지 못했을 것이다. 콩쥐는 좋은 남편을 만나 잠시 행복해졌다. 그러나 시기심이 강한 의붓자매인 팥쥐는 몰래 콩쥐를 죽이고 자신을 콩쥐로 위장해서 콩쥐의 남편과 생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사회생이라는 신비스러운 설정이 없었다면 콩쥐는 권선징악의 주체로서 복수를 완성해서 다시 남편과 행복하게 살지 못했을 것이다. 문학 작품 속 신비스러운 존재의 도움과 현실적인 발의 장신구인 신발이라는 두 가지 요소는 누구에게도 희망의 상징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다른 아시아 나라에서 '콩쥐밭쥐'와 같은 신데렐라 유형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공주를 위한 발찌(Anklet for a Princes)', 베트남의 '떰 깜', 중국의 '섭한(葉限)'과 '따지아와 따룬(達稼和達侖)'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화려하고 빛나는 황금 발찌나 꽃신이나 유리 구두를 다루었다. 그리고 각 민족 문화에 맞게 신비로운 존재에 대해서 뱀신, 부처님, 신선, 죽은 어머니의 화신 등으로 재현했다. 이것은 신데렐라 유형의 이야기들이 권선징악을 추구하는 옛날 사람들에게 잘 먹힌 마법의 이야기였으며, 누구든지 곤경에서 벗어나 빛나는 신발의 주인이 되었으면 한다는 환상이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혼인대사의 주제를 제치고, 빛나는 발의 장신구인 구두나 발찌와 그의 주인에 대해 고민해보자. 이 두 가지에 대해 잘 알려면 신데렐라 유형의 이야기를 최초로 쓴 사람과 그가 모델로 삼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대 시기의 설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저자의 신분을 알아내지 못해 어느 버전이 원형인지를 알기가 어렵다. 이와 달리 과학기술과 정보망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문학가들이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에 대해 작품화·상품화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돋보이려 한다. 현대인이기 때문에 저자의 신분을 밝히기가 쉽고, 그 저자는 만약 남의 작품과 여러 지점에서 매우 유사한 이야기를 내세우게 되면 자기만의 작품이라 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많은 부분에서 남과 같은 방식으로 설정해버린다면 표절·모작·위작 등의 우려를 일으킬 수 있다. 만약 작가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구두를 장착해서,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보여준다는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자신만의 구두를 찾아서 보여줄지의 문제가 중요할 것이다.
남의 구두를 빼앗아서 신는다면 처벌을 받는 신데렐라의 계모와 의붓자매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2015년 개봉된 프랑스 영화인 '완벽한 거짓말(Un homme ideal)'에서 한 무명작가가 남의 구두를 빼앗아 잠시 성공의 맛을 보았으나 마지막에는 자기만의 구두를 찾지 못해 파멸을 맞이했다는 교훈을 시사해주고 있다. 가령 그 영화의 주인공이 상대방의 구두를 신을 때 존중의 마음으로 미리 출처를 밝혔다면 그는 빛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신데렐라처럼 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계모와 의붓동생과 같은 처지까지는 전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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