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무화학 산업에 필요한 '소·부·장'

  • 박현호 계명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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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9  |  수정 2022-02-09 09:07  |  발행일 2022-02-09 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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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현 호 계명대 화학과 교수

고분자화학의 분야는 크게 고무, 플라스틱 및 섬유 분야를 일컬어서 말한다. 이중 고무화학 산업에서 쓰이는 고무소재는 타이어·와이퍼와 같이 자동차에 꼭 필요한 재료 중의 하나다. 산업용 기계 및 장비의 소음과 진동을 막아주는 방음소재로도 사용되고, 고무장갑·고무공·운동화 및 구두의 바닥 등 일상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고무소재를 구성하는 화학재료는 국산 화학재료도 있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9년 일본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 등을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규제하는 조치에 영향을 받아 고무소재에 사용 중인 화학재료도 소·부·장 기술로 인정을 받아 고무화학 산업체 및 연구기관에서 현재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먼저 소부장은 소재·부품·장비의 줄임말이다. 소재는 어떤 제품을 만드는데 바탕이 되는 재료를 의미하며, 부품은 기계·장치를 이루는 개별 구성품을 의미하고, 장비는 어떤 제품을 만들거나 검사하는 기계를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 고무화학 산업에서 국산화 노력은 원천기술보다는 응용기술만으로 국산화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주로 국외 화학재료에 의존해야 한다. 고무의 탄성이라는 기능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화학재료가 필수적으로 첨가되는데, 현재 거의 저가 위주의 수입품을 사용하며, 환경규제 및 낮은 생산단가라는 이유로 생산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의 화평법·화관법과 같은 엄격한 환경규제로 국내 생산의 어려움이 있으며, 또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국내 정밀화학 산업체에서는 연구개발 및 제조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성 화학재료는 주로 일본·유럽 및 중국에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고무화학 산업은 미국의 3M·듀폰 등 해외 화학회사의 기술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고무화학 산업의 화학재료는 기초과학 및 응용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기간산업이지만, 엄격한 화학물질 환경규제법이 연구개발에 대한 추진력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다.

정부에서도 기초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19년 말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돼 이듬해 4월에 시행이 되었다. 그러나 기대에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제조업은 모든 산업의 뿌리가 되는 산업이다. 기술자립도가 근간인 반도체 산업분야만 해도 600개 이상의 공정에서 수백 개의 소재와 공정 장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1년 내 20대 품목, 5년 내 80대 품목의 공급 안정화를 달성하기 위하여 100대 품목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소부장 기술은 제조업의 허리이자 기술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은 소부장 기술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핵심적인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역량 확보를 통해 산업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축구가 세계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를 원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경기를 시청하고 직접 축구장에 가서 응원도 해야 한다. 소부장 기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수한 인재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그들의 활약을 응원한다면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도 긴 세월을 거쳐 소부장 기술을 축적한 덕분에 현재의 소부장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뿌리 깊은 장인 정신의 흐름이 바탕이 되었고, 여기에 몇 세기에 걸친 서양 문물의 도입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꾸준히 과학기술을 축적해온 것이 그 비결이었다. 우리 모두 각종 산업의 기본이 되는 소부장 기술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며, 정부도 소부장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준다면, 고무화학 산업의 소부장 기술은 필요한 자체 역량을 갖추어, 다른 나라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소부장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 현 호 <계명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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