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서 펼치는 독도수호-명품축제-신공항 '경북도정 대전환'

  • 양승진
  • |
  • 입력 2022-03-21 17:26  |  수정 2022-03-30 08:54  |  발행일 2022-03-22
'메타버스 수도 경북' 도약
2022031501000495100021032
'독도의 날'을 맞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열린 독도 영토 수호 행사. 경북도 제공
2022031501000495100021031
'독도의 날'을 맞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열린 독도 영토 수호 행사. 경북도 제공

충청권으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한창이던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관습 헌법을 들어 개헌 없이 수도를 옮기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1392년 태조 이성계가 한양(서울)에 터를 잡은 이래 600여 년 넘게 관습에 따라 '수도 = 서울' 이라는 공식이 형성됐다는 의미였다. 문재인정부 초기였던 2018년 3월에도 '수도 조항' 등 개헌안이 발의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폐기됐다.


이처럼 논란만 일으킨 사안이지만 요즘 경북도청에서는 '수도 이전' 논의가 한창이다. 특이한 점은 논의에 등장하는 주제와 실천방법이 아주 색다르다. 복잡한(?)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이전을 위한 대규모 토목 공사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대신 VR(가상현실) 헤드셋과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경북도가 최근 '메타버스 수도 경북' 선포식을 갖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500만 인구 유치 등의 계획을 마련했다. 계획대로라면 서라벌(경주) 이후 1천100년만에 경북이 다시 '수도'로 거듭나게 된다. 물론 가상공간에서다.


◆뉴노멀시대 메타버스가 대세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이라는 트렌드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사람이 한 데 모여 즐기는 축제·행사 등은 이제 추억이 됐다. 언제 다시 대면 모임이 가능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메타버스다. 가상·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이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다. 아바타(Avata)를 활용한 게임 등을 넘어 실제 현실과 동등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경북도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7천833억 달러(한화 약 96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 공간은 현실세계를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기술,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동시키는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공간 활동 등과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금 무리하다'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도가 메타버스산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제적으로 사업을 발굴해 '뉴노멀'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게 지역의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이미 도는 지난해부터 메타버스경제로의 도전을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 지난달부터는 '다시 대한민국 중심으로! 메타버스 수도 경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메타버스와 관련된 △인재 양성 △산업 육성 △문화·관광 활성화 △특화서비스-존 조성 등 4대 분야 20개 중점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2022031501000495100021033
경북 우수 수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체결된 업무협약식. <경북도 제공>
◆'메타버스 수도'를 향한 발걸음
메타버스산업 육성을 위해 경북도 각 실·국, 28개 산하기관, 23개 시·군 등은 각각 1개 이상의 메타버스를 활용한 산업 발굴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사업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독도의 날'(10월25일)을 맞아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개최한 '우리 땅 독도 수호 행사'다. 지역 청년 15명과 이철우 도지사 등이 함께한 이날 행사의 백미는 독도(가상공간) 특설무대에서 이뤄진 독도 의용수비대를 향한 경례, 'DOKDO ♡'가 새겨진 풍선을 들고 '독도는 우리땅' 외치기 등이었다. 이전까지 진행한 독도 수호 행사와 겉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 듯하지만 가상의 독도에서 각자의 아바타를 통해 독도 영토 주권을 알렸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도는 최근 메타버스 활성화를 위한 돛을 올렸다. 우선 지역 대표 명품축제를 메타버스로 녹여 내는 방안을 찾는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돼 온 지역축제를 메타버스로 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영덕 대게축제, 봉화 산천어축제 등이 메타버스 공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통합신공항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개항 목표는 2028년이지만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를 구현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 중이다. 공항터미널·출국수속·면세점 등을 메타버스에 구현해 통합신공항의 성공적인 개항 및 운영 의지를 다지면서 전 세계에 미리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메타버스 전용 화폐 등을 활용한 면세품 구매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22031501000495100021034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된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알리는 캐릭터. <경북도 제공>

◆부가산업 발전 모색
경북은 백두대간·동해안으로 대표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데다 유·불교 문화와 함께 한글·한복·한옥·한식 등 K콘텐츠의 보고다. 도는 이러한 지역 콘텐츠를 융합해 메타버스 공간에 녹여 내면서 연계산업의 도약도 함께 이끌 계획이다. 도는 지난 1월 '한류 메타버스 토론회'를 열고 각종 문화 콘텐츠 융합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를 이용한 한류 자산 산업화, 콘텐츠 다양화 외에 메타버스를 통한 새마을운동(도시·농촌 재생운동) 등도 제안했다.

 

 

(3-5)메타버스_수도_경북_구상
경북도의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위한 4대분야 20개 중점 추진과제. <경북도 제공>

(3-2)메타버스_수도_경북_구상
메타버스 수도 경북 구상도. <경북도 제공>
또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콘텐츠를 가상현실에 지속적으로 노출해 경북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할 수 있는 '디지털 독도 메타버스 학습관' '신라왕경 메타버스 콘텐츠 구축' '메타버스 글로벌 한글캠퍼스 구축' 등과 같은 구상안도 논의했다. 도는 최근 완료한 XR 메타버스 제조와 관련한 메타버스 산업육성 연구용역 자료를 토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초광역권 메타버스 허브밸리' 선정 공모에 나선다. 경북에는 전국에서 유일한 'XR 디바이스 개발지원센터'가 있어 초광역권 메타버스 허브밸리를 유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공간"이라며 "앞으로 '메타버스 수도 경북'으로 청년이 몰려드는 희망찬 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양승진 기자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