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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가족은 참 끈질기다. 그는 21년 독재 끝에 1986년 하와이로 쫓겨 가 1989년에 죽었고 가족들은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그의 아내 이멜다는 대통령 선거에 두 번이나 나왔지만 실패했고 2010년엔 장남의 지역구를 물려받아서 하원의원이 되었다. 내리 3선을 한 그녀는 이제 아흔둘이다. 장남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2세는 어머니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고는 상원의원이 되었다. 그 전에 그는 그 지방의 부지사, 지사, 국회의원을 역임하였다. 놀라운 것은 올 5월9일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가 그라는 점이다. 그도 이제 예순다섯이다.
이번 대선에서 그를 바라보는 유권자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그 아버지의 계엄령선포, 야당 탄압 및 고문, 비리, 부정축재 등을 아는 사람들은 쩔레쩔레 고개를 흔든다. 그 모자는 각종 비리로 각각 11년형, 3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교묘히 수감은 피해 오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그들이 부정 축재한 100억달러 중 겨우 33억달러를 뜯어냈을 뿐이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무슨 수로 더 뜯어내겠는가. 유권자의 56%가 마르코스의 독재를 모르는 젊은 층인데 이들은 마르코스가 대통령이었을 시절이 필리핀의 황금기였다고 믿고, 왜 마르코스가 더 오래 대통령을 못했는가 하고 땅을 친다. 틱톡이나 페이스북에 넘쳐나는 거짓 정보 때문이다. 현 두테르테 대통령도 한몫을 했다. 그는 마르코스의 유해를 국립묘지에 모시는 등 선배 독재자를 대접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그의 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44)가 갑작스럽게 부통령에 출마한 것도 그만큼 마르코스에게 당선의 길을 터준 셈이 되고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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