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외할머니(친모), 최초 보도 영남일보에 장문 편지 보내와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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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1 18:27   |  수정 2022-04-2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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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피의자 A씨가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영남일보에 보내온 편지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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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피의자 A씨가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영남일보에 보내온 편지 중 일부.

DNA 등 명백한 증거 등을 통해 경찰 및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구미 3세 여아(보람이) 사망 사건' 친모로 지목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A(49)씨가 재차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천소년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A씨는 최근 영남일보로 A4용지 9쪽 분량의 장문의 서신을 보내왔다.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영남일보는 이미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인물의 일방적인 주장(서신)을 공개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도와 파장이 컸던 사건과 관련된 일인 만큼,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해 서신 내용을 공개키로 했다. 다만, 서신 내용 공개가 그간의 치열한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밝혀낸 사건의 진실을 쉽게 훼손하진 않길 바란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방의 주장이다. <편집자 주>

서신에서 A씨는 "지금이라도 제 손으로, 제 입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싶어 수만 번의 생각 끝에 글을 드린다"며 "1·2심이 진행될 때는 너무 많은 '악플'을 남은 가족들이 감당하지 못해 아무 말 할 수 없었고, 저의 무죄를 밝히고 싶었지만 어려운 형편에 '억(원)' 이상을 부르는 변호사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기에 가만히 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저의 딸(B씨·23)을 잘못 키운 어미로서 죄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억울한 형벌은, 이곳 교도소에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우선 밝혔다.

이어 "저는 1999년 막내딸(B씨)을 출산한 이후 단언컨대 출산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 인력이 동원돼 여성의원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 어디에서도 저의 진료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기어이 기소할 때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출산했다고 적시했지만, 아무리 출산 경험이 있는 경산모(두 번 이상 출산한 여성)라 할지언정 출산 예정일 등을 어찌 알 수 있는 것이며, 임신 출산 지원금이 주어지는 요즘 병원 한 번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저는 여태껏 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고 감내했다. 판결처럼 제가 불륜으로 아이를 가졌다면 낙태를 선택했을 것이다. 평생 책임지지 못할 일을 결코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신생아실에 들어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막연한 추측에 의한 것이고, 출산 일자 등을 어느 하나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은 억지 기소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간접사실만으로 기소했다"라고 했다.

A씨는 "저는 퇴근 후 줄곧 집에서 강아지와 시간을 보냈고 퇴근은 신랑이 데리러 오는 식으로 했는데, 마치 저 혼자 출산을 해 아이를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남몰래 키우다가 여식이 출산하자 그 아이와 바꿔치기한 것으로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에서 수사관이 저에게 외도 사실을 물었다. '사건 발생 몇 년 전 잠시 연락한 사람이 있다'고 털어 놨었다. 그 빌미로 저는 불륜녀로 낙인 찍혔다"며 "그러나 여자로서 자존감이 없던 때 알게 된 사람과 두세 번 만난 게 전부였고, 그 일을 치명적 실수라고 생각하고 가정에, 남편에게 더 충실했다. 그러던 중 딸이 임신해서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3월30일 아이가 태어난 이후 아이 체중이 수사기관 주장대로 비정상적으로 급격히 빠졌다면, 신생아에 대한 보호관찰 의무가 있는 병원에서는 아이 부모에게 알리고 신생아 인큐베이터가 있는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 등이 이뤄져야 했지만,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느 산모와 신생아처럼 기본적인 입원 일수를 채우고 퇴원했다는 것이다.


A씨는 또 "아기 우측 발목에 채워진 신생아 식별띠가 빠진 것으로 저를 더 몰아세웠지만, 이 병원의 특징이 식별띠를 손목과 발목에 두 개를 착용한다고 했다. 발목에 채워진 식별띠는 빠진 몸무게로 분리되었더라도 손목의 식별띠는 계속 남아 있었는지 (수사기관은) 그것조차 모르고 있다"고 했다.

보람이 혈액형은 B씨에게서 나올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선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는 적혈구 항원력이 약해서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에 딸과 보람이가 부모-자식 간이 아니라는 검사 결과를 납득할 수가 없다"고 했다.그러면서 "저는 상당 기간 마약 성분이 있는 다이어트약을 복부비만을 해결하고자 복용했고, 주기적으로 먹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했다. 급기야 약의 내성이 생겨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딸의 출산 준비 등으로 예상치 못한 지출이 뒤따르면서 더 이상 복용할 수 없었다"며 "아이 낳을 정도로 자신 있는 저였다면 이런 약을 복용하기 위해 의료보험 처리 조차 되지 않는 진료와 처방, 투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런 저에게 불리한 정황과 간접적 증거만으로 형을 준 것은 불합리 하다"며 "검찰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 어느 하나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제게 불이익만 줬다. 그나마 저를 방어할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휴대폰은 검찰에서 압수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교도소는 제 서신을 검열 대상에 올려놓아서 감히 이런 글을 내보낼 수도 없었다. 언제 또 서신검열 대상이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저는 저의 결백을,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선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열명의 범인을 놓치는 일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시민을 벌할 수 없다'라는 표현으로 서신을 끝맺었다.

서신에서 DNA 감정에서 A씨와 보람이 사이 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온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상고 이유서에 따르면 A씨 측은 '유전자 검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하나 100% 진실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오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못한다'며 '검사가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거쳐 법원에 제출됐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을 담보해야 한다. 또한 선천적으로 B씨가 A씨의 난자를 가지고 있다가 임신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대구지역 법조계와 학계에선 A씨 주장을 그대로 믿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역 대학의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A씨가 자기 세계에 갇혀있는 케이스 아닌가 싶다. 본인이 믿고 싶지 않은 사안에 대해 확증 편향하는 것일 수 있다"며 "수사기관이 타깃을 정해놓고 수사를 벌일 이유도 없었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관에서 친자라는 DNA 검사 결과까지 나왔지 않나. 법관 역시 양측 이야기를 다 듣고 제출된 자료들을 충분히 검토해서 결정했을 일이다. A씨가 자신의 세계에서 합리적인 글을 썼다고 할지라도, 수사기관에서 내린 결론을 믿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수사기관은 국과수와 대검찰청 DNA·화학분석과 등에서 실시한 여러 차례의 감정 결과를 통해 각각 99.999% 이상의 확률로 보람이와 A씨의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점을 밝혀낸 바 있다. 수사기관은 또 A씨가 2018년 3월쯤 출산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을 여럿 포착했다. A씨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무렵 출산 관련 동영상을 시청했다거나, 임신을 했을 것이라 의심되는 기간에만 온라인에서 생리대를 구매하지 않은 점, 임신·태교 등 목적으로 임산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앱이 휴대폰에 설치된 점 등이다.


게다가 B씨가 퇴원하면서 데려간 여아의 배꼽에 붙어 있던 탯줄이 담긴 렌즈 케이스가 지난해 3월19일 B씨 집에서 발견됐는데, 이 탯줄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 B씨가 퇴원하면서 데려간 여아가 B씨가 출산한 아이가 아니라 A씨가 출산한 여아와 동일 인물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밖에 산부인과의 운영실태 등에 비춰 B씨가 입원해 있던 기간에 여아 바꿔치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밝혔고, '신생아 발목에 채워진 식별 띠가 누가 인위적으로 빼지 않는 이상 빠질 수 없는 것'이라는 관계자의 진술도 얻어 냈다. B씨가 출산한 아이의 몸무게는 2018년 3월31일 0시 3.460㎏였으나 하루 만인 4월1일 0시엔 3.235㎏였는데, 이는 전체 몸무게의 6.5%가 하루 만에 감소한 것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는 결과도 냈다.

1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특히 유전자 검사나 혈액형 검사 등 과학적 증거 방법은 그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그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해 오류의 가능성이 전무 하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관이 사실인정을 함에 있어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며 "과학적 증거방법이 당해 범죄에 관한 적극적 사실과 이에 반하는 소극적 사실 모두에 존재하는 경우에는 발생할 수 있는 오류 가능성 및 그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범죄 유무 등을 판단해야 한다.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반증의 여지가 있는 소극적 사실에 관한 증거로써 과학적 증거방법에 의해 증명되는 적극적 사실을 쉽사리 뒤집어선 안 된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또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형사재판에서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원칙이지만, 사실관계를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곤란한 사안에서 결단력을 갖추지 못해 만연히 의심으로 도피하게 된다면, 그러한 원칙의 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조금이라도 설명하기 어려운 의혹이 남는다고 해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쉽게 단정해 버린다면 정황증거에 의한 사실인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A씨는 2018년 3월 말~4월 초 자신이 낳은 보람이를 딸 B씨가 낳은 여아와 바꿔치기한 혐의(미성년자 약취)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숨진 보람이를 발견하고도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고 은닉을 시도한 혐의(사체 은닉 미수)로도 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사체 은닉 미수' 혐의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1·2심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불복한 A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지난달 22일 법리 검토가 개시됐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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