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김천 직지사, 아도화상이 창건한 신라불교 성지…'國師 배출 요람' 독보적 명성

  • 박현주
  • |
  • 입력 2022-05-06 07:51  |  수정 2022-05-06 08:00  |  발행일 2022-05-06 제13면
황악산에 자리한 동국제일가람
왕건 구한 인연으로 크게 번성
조선때도 8대 가람 반열 올라

2022050101000002900000201
김천의 주산 격인 황악산에 자리 잡은 직지사 전경. 〈김천시 제공〉

김천은 불교가 고구려에서 신라로 전래된 길목으로, 황악산 직지사(直指寺·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는 그 중심에 있다. 직지사는 418년(눌지왕 2)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아도화상이 417년 신라 최초의 사찰로 알려진 선산 태조산 도리사를 창건한 후 1년 후에 세워졌다. 김천이 선산과 함께 신라 불교의 발상지이자 포교의 전진 기지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100여 년이 지나 이차돈의 순교(527년)를 계기로 불교가 공인되었고 중단된 흥륜사 창건이 재개(535년)되는 등 호국불교로 만개한 신라불교의 싹이 텄다.

황악산의 '황(黃)'이 청, 적, 백, 흑 등 5색의 중앙을 상징하듯 우리나라 중앙부의 황악산에 자리 잡은 직지사는 예로부터 동국제일가람(東國第一伽藍)으로 불렸다.

직지사라는 이름에는 아도화상이 도리사에서 멀리 보이는 황악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절을 지으라고 했다는 설, 고려 때 능여화상이 직지사를 중창하면서 자신의 손으로 측지(測地)한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선종의 가르침인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사람의 마음을 직관함으로써 부처의 깨달음에 도달한다)'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있다.

신라 시대에 직지사는 자장법사(1차·645년)와 천묵대사(2차·930년)에 의해 두 차례 중수를 거치며 보전됐다. 천묵대사가 중수 후 금자대장경(金字大藏經)을 서사(書寫)해 조정에 헌상한 사례 등은 당대의 높은 사격(寺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후삼국이 고려로 통일되면서 부동의 대가람으로 자리매김했다. 후백제와의 공산(지금의 팔공산)· 인동전투에서 연패한 왕건은 직지사 주지 능여조사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났고, 고려 건국에 기여한 직지사는 국가적인 관심 속에 크게 번성한다. 광종 원년(950년)에는 50일간의 법회를 열어 성대한 경찬회(慶讚會)를 가졌고, 이곳을 거치지 않은 스님이 국사가 된 예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했다.

배불숭유정책을 펼쳤던 조선조에서도 직지사는 고선종(古禪宗) 대가람의 정통성을 인정받았다. 정종 원년(1339년)에는 정종의 어태(御胎)를 절 북봉(北峰)에 봉안함으로써 후일 국가로부터 '열성조(列聖朝)의 태실(胎室)과 어필(御筆)이 봉안된 장소이며, 나아가 세자를 위해 축원하는 곳이어서 그 소중함이 여타 사찰과 크게 구별된다'고 평가받았다. 직지사로 출가해 30세에 주지를 지낸 사명대사는 임진왜란(1592년)이 발발하자 의승도대장(義僧都大將)으로 구국의 선봉에 섬으로써 직지사를 조선 8대가람 반열에 들게 했다.

하지만 직지사도 일제강점기의 '사찰령'에 의해 해인사 말사에 편입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당시 '천불선원' 조실로, 한국불교의 가풍을 지키며 후학을 지도함으로써 '수행 제일'로 칭송받은 제산스님의 법맥은 선교(禪敎)에 두루 밝았던 탄옹스님이 계승했고, 한국 최고 강백(講伯·경론을 강의하는 스님) 반열에 오른 관응스님, 조계종 총무원장과 동국대 이사장 등을 역임한 녹원 대종사는 탄옹스님 문하에서 나왔다. 특히 녹원 대종사는 1958년 주지로 부임해 사찰 주변 대지, 농지, 임야 등을 매입해 사적기(事蹟記)에 따라 모든 불전과 당우(堂宇)를 중건 및 중수하고, 국제회의와 대법회를 위한 만덕전을 건립하는 한편 신라의 고탑 4기를 이건하는 등 직지사 창건 이래 최대 불사를 일으켰다.

광복 이후 본산(本山)으로 승격된 직지사는 김천·구미·상주·문경·예천의 사찰을 관할하는 본사로서, 산림 180만㎡에 경내 면적만 9만9천㎡에 이르는 대가람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직지사에는 대웅전(보물 제1576호), 비로전, 성좌각 등 주요 전각과 도리사 세존사리탑 금동 사리기(국보 제208호), 김천 직지사 석조약사여래상(보물 제319호), 직지사 대웅전 삼존불탱화(보물 제607호)를 비롯한 보물 13점, 경북도 유형문화재 1점 등 불교문화 유산도 많다.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현주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