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구 세계가스총회 지역언론 패싱 유감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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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5   |  발행일 2022-05-26 제12면   |  수정 2022-05-25 14:02
임훈기자경제부
임훈기자<경제부>

기자는 지난 24일 세계가스총회 개막식 취재차 아침 일찍 대구 엑스코에 도착했다가 안내 스태프로부터 귀가 의심스러운 말을 들었다. "지역 기자는 개막식 취재가 허용되지 않으니 개막식이 끝나는 오전 11시까지 기다리라"는 말이었다. "왜 지역언론 취재가 안되느냐"며 항의했지만 답변은 같았다. "왜 개막식 취재가 안되느냐"고 묻자 "VIP(대통령) 참석 행사라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어 기자는 "엑스코 내에 마련된 미디어센터라도 이용하겠다"고 했다. 역시 돌아온 답변은 "개막식이 끝나는 오전 11시까지 미디어센터 이용도 허용되지 않는다"였다. 취재를 위한 모든 접근로가 막히면서 이날 오전 8시 40분 미디어센터 옆 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일일 브리핑'도 듣지 못했다. 개막식 이후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모두연설마저 입장을 제지당했다 간신히 취재에 나섰다.


당혹스러웠다. 개인적 황당함을 넘어 부아가 치밀었다. 지역 언론이 지역민과 지역이 주축이 되야 할 세계 산업계 축제에서 패싱당해서다.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회가 지역민의 알 권리를 막은 것이다. 이는 지역 언론뿐만 아니라 500만 대구경북민을 무시한 처사로 볼 수 있다.이날 영남일보를 비롯한 대구경북 거의 모든 신문·방송사의 사정이 비슷했지만 중앙 언론사 기자들 상황은 지역 기자들 보다 자유로웠다. 누군가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란 생각에 모멸감마저 들었다.


조직위가 개막 전날 행사 등록 기자에게 배포했다는 e-메일도 받지 못했다. 이날 오후에서야 안 일이지만 해당 e-메일에는 '유관기관의 보도 불허 지침이 전달되었기에 기자들의 전시회 및 총회 입장을 11시까지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 유관기관이 어느 곳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언론의 자유를 박탈한 것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알 수 없으나 개막식 전후 대통령 경호도 삼엄했다. 세계 각국에서 대구로 온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의 움직임마저 막아섰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바로 옆에서 취재할 때도 이렇다 할 제재를 받지 않았던 터라 괴리감이 더 컸다.


이후 몇몇 언론을 통해 세계가스총회의 '지역언론 패싱' 기사가 온라인을 장식하자 이날 오후 늦게 세계가스총회 조직위 미디어센터는 사과문을 올렸다. '금일 세계가스총회 개막식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자 여러분에게 많은 불편을 드리고(중략)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내용이다. 사과의 대상은 기자가 아니다. 정작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대구경북 시도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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