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임영웅 신드롬 가요계 뉴노멀 되나

  • 하재근 문화평론가
  • |
  • 입력 2022-05-27   |  발행일 2022-05-27 제22면   |  수정 2022-05-27 07:10
새앨범 첫주에 110만장 판매
다양한 세대에게 인기 얻어
방송점수 0점에 공분 키워
아이돌 중심 가요계도 변화
음반시장의 분위기 달라져

2022052601000827300033821
하재근 (문화평론가)

최근 임영웅이 약 8개월 만에 정규 1집으로 복귀하면서 가요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1990년대 댄스음악 혁명이 터진 후 2000년대부터 아이돌 댄스음악이 가요계를 독식했었다. 힙합과 같은 서구식 음악도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음악들은 모두 젊은 층만 선호하는 것이어서 많은 국민들이 가요계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래서 가요계는 아이돌 중심의 중앙무대와 지방 행사 무대로 철저히 양극화됐고, 가요 프로그램 시청률은 곤두박질쳤다. 음반시장도 아이돌의 독무대였다. 아이돌은 강력한 국내팬덤과 해외 구매, 그리고 팬사인회와 같은 각종 이벤트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특정 세대만의 스타여서, 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끄는 한국 가요가 국내에선 외면받는 구도가 이어졌다. 요즘에 음악방송 1위 곡을 아는 국민이 극히 적을 것이다.

임영웅의 새 앨범이 이런 구도를 깼다. 발매 첫 주에 초동 110만 장 판매를 기록했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솔로 가수 최초의 100만장 돌파다. 팬사인회 등 이벤트 마케팅과 해외 구매 없이 이룩한 성과다. 국내 인기가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는 뜻이다. 새 앨범의 타이틀곡인 '다시 만날 수 있을까'는 가온 음원 디지털, 다운로드, BGM, 벨소리, 통화연결음 차트 등에서 1위를 싹쓸이하면서 5관왕에 올랐다. 요즘 전국 콘서트 투어를 하고 있는데 표 판매와 동시에 매진되며 서버가 다운되기까지 한다.

이로써 2000년대 이래의 가요계 획일성이 깨졌다. 젊은 세대만의 트렌드에서 보다 다양한 세대를 위한 트렌드로 바뀌는 것이다. 임영웅은 또 성인가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기존에는 성인가요라고 하면 흔히 트로트를 생각했었다. 반면에 임영웅은 새 앨범에서 발라드, 힙합,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성인들이 즐기는 음악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 임영웅 신드롬이 음악방송과 만나자 파열음이 났다. 발매 첫 주에 KBS '뮤직뱅크'에 임영웅이 출연했는데 2위를 했기 때문이다. 신인 걸그룹의 신곡이 방송 점수 5천348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임영웅은 0점이었다. 공분이 폭발했다.

우리나라 음악방송의 신뢰성은 원래도 낮았다. 방송 점수 논란도 그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이미 음악방송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기 때문에 논란이 커지지 못했다. 일부 팬덤에서만 비판했을 뿐 보도조차 되지 않았고 제작진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번엔 달랐다. 임영웅 솔로 신기록 앨범의 가온 5관왕 타이틀곡이 이름조차 낯선 신인의 신곡에게 밀리자 해도 너무 한다며 거대한 공분이 터졌다. 팬덤만이 아니라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가 나섰고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그러자 이례적으로 '뮤직뱅크' 측이 2차례에 걸쳐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신인 그룹 신곡의 방송 점수가 어떻게 5천348점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질타가 이어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음악방송의 신뢰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임영웅 신드롬이 음악방송을 만나자 적폐 문제가 터져 나온 셈이다. 기존처럼 아이돌만의 세상이었다면 누가 1위를 했든, 점수에 의혹이 있든 여론은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순위산정의 공정성이 높아지면 앞으로 모든 가수들이 혜택 받게 된다. 이렇게 임영웅이라는 새로운 존재가 아이돌 중심으로 굳어졌던 우리 가요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음원, 음반, 음악동영상 시장 분위기가 모두 달라졌다. 아이돌과 임영웅이 할거하는 '뉴노멀'이 닥치는 것일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Remember!

대구 경북 디아스포라

더보기

대구 경북 아픈역사의 현장

더보기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