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박주선 前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 "정당 공천制 법치·정의 사각지대…정치보다 정당 개혁이 먼저다"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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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1   |  발행일 2022-06-01 제14면   |  수정 2022-06-01 07:19

박주선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의 문을 여는 역할을 했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식구만 감싸는 '내로남불' 만큼은 정말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조언했다. 〈박주선 前 국회부의장 제공〉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문을 여는 역할을 맡았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굴곡 많은 정치역정을 보냈다. 광주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호남의 거물 정치인이지만, 그 과정에서 '4번 구속, 4번 무죄'라는 정치적·사법적 수난을 거치면서 '오뚝이'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고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고향 전남 보성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이번 대선에선 정권교체를 주장하며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호남인들의 비난도 적지 않았지만 '나라가 먼저'라며 윤 대통령의 서진(西進) 전략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윤 대통령은 그를 취임식 준비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워낙 수많은 정치 역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바꾸는 데 헌신적인 역할을 해왔다"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취임식을 마무리하고 다소 홀가분해진 박 전 부의장을 지난달 말 서울 서초동 한 법률사무소에서 만났다. 변호사이지만 한 번도 개업한 적이 없는 그는 꼭 필요할 때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다고 했다.


호남 정치인의 보수후보 지지
"文정부서 나라의 근본·원칙 무너져
인사는 망사가 됐고 대중경제도 와해
부득이하게 정권교체 신념 갖게 돼
앞날 개인적 위험은 고려하지 않아"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조언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 만들려면
여론이 어디에 있는지 늘 확인하고
언행 불일치와 자기 식구만 감싸는
내로남불은 정말로 있어선 안된다"

네 번의 구속, 네 번의 무죄판결
"4選 하면서 민주당 공천 단 한 번뿐
무소속 출마 당선으로 탄압 받은 것
억울함 없는 세상 목표로 정치했는데
그렇게 만들지 못해 안타깝고 아쉬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가온다. 소회가 남다를 듯한데.

"대통령 선거 이후 취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으로 너무 공격을 받았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취임 덕'이라는 말을 꺼내면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 취임식을 계기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는 국면을 맞았다. 너무 기뻤다. 그것이 저 혼자 한 일은 아니지만, 취임식의 내용과 방향이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목표와 합의가 되었다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기준으로 취임식을 준비했나.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어떻게 운영해 갈 것인지, 윤 당선인이 가장 중심에 두는 국정 철학인 상식과 공정, 법치, 정의, 통합, 포용 이런 가치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담을 것인지 위원들과 토론을 했다. 이런 토론을 통해 취임사를 준비했고, 문장력이 좋은 윤 대통령이 직접 다듬었다."

▶취임식 준비 과정과 취임식 당일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취임식 시간이 식전 행사까지 포함해서 두 시간밖에 안 되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대통령은 화려한 외관보다는 내실 있는 취임식, 조촐하고 간소하지만 근엄하고 엄숙한 취임식 그리고 국민이 감동하고 공감하는 취임식을 원했다. 대통령의 뜻을 바탕에 두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조합하는 한편 전문가의 견해를 잘 조정하려고 애썼다. 각계 각 분야의 전문가와 사회 각계 계층을 대표하는 분들이 한마음 한뜻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만들고, 구체적인 결정을 신속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취임식 뒷날 대통령께서 만족하셨는지 감사 전화를 주셨다."

▶무지개가 뜬 것이 큰 화제가 됐다.

"취임식 당일 기상 상황은 어찌 될 것인지 노심초사했다.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걱정스러웠고. 다행스럽게도 그날 기상상황도 좋고 조그마한 사고 하나도 없었다. 거기다가 또 무지개까지. 하늘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축하하면서 성공을 기원한다는 뜻을 보태준 것 같았다. 근데 이분이 참 이상한 것이…. 3월23일 역대 대통령 후보들로서는 처음으로 전남 신안군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그 양반하고 같이 갔는데 그때도 무지개가 떴다."

▶호남 정치인으로서 보수진영 후보 지지를 결단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인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난을 감수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나라가 너무 어지럽게 흔들리고 근본과 원칙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나라를 고쳐 세우려면 부득이 당시 야당 후보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경우) 앞날에 닥칠 위험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고려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면.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안보 전반에 걸쳐서 지난 정부가 이 정도는 잘하고 있구나 하는 점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우선 인사에서는 국민을 완전히 갈라치기 하는 등 인사가 만사가 돼야 할 텐데 망사가 됐다. 경제는 듣도 보도 못한 소득주도성장이론을 가져와 대중 경제를 거의 무너뜨렸다. 재벌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경제 주체들이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부동산, 세금 문제라든지 고용 등 뭐 내세울 것이 없다. 게다가 그 중요한 남북관계 문제는 과대한 포장으로 국민을 기망했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끝내기 위해 조언하면.

"양심에 따른 결정을 하면서는 여론을 고려하면 안 된다. 그런데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민과 항상 소통하고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길 바란다. 또 취임식에서도 언급한 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가 되게 하려면 언행이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특히 자기 식구만 감싸는 '내로남불' 만큼은 정말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본인의 정치 역정이 평탄하지 않았다.

"저는 호남에서 너무 억울한 상황을 맞아 무소속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4선 하면서 민주당 공천을 한 번밖에 안 받았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저 사람 미친 짓 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네 번 구속되었는데 네 번 다 무죄를 받았다. 정치를 안 했다면 구속될 일은 없었는데. 소위 말하는 탄압을 받아서…. 오직 '억울함이 없는 세상을 한번 만들어야 되겠다' 하는 목표를 갖고 정치를 해왔는데 아직도 억울함이 없어지는 그런 세상을 만들지 못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있다."

▶박 전 부의장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저한테는 고통이었다. 우리나라 정당 제도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정치개혁을 이야기하는데 정당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당선이 되거나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한 모든 분이 다 그렇게 인정할 것이다. 법치와 정의의 사각지대가 대한민국의 정당 공천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다시 태어나도 정치를 할 것인가.

"정치는 나의 삶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하는 헌신이다. 국가가 필요한 역할이 있다고 한다면 자기가 고통을 받는 것은 작은 문제이다. 자기 역할로 인해 국가가 좋은 나라가 되고 국민이 행복한 일을 하게 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치의 근본 목적을 위장해 가면서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정치를 하고 싶지는 않다."

▶세 아들에게는 정치를 권하나.

"하지 말라고 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1949년 전남 보성 출생 △서울대 법학과 졸업, 케임브리지대학교 법학 수료 △대검 수사기획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16·18·19·20대 국회의원 △국회 부의장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겸 동서화합미래위원장 △윤석열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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