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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업 (객원논설위원) |
경제가 정말 심상치 않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4.8%를 기록했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 초·중반대로 하향조정 되고 있으며,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도 9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금리인상, 물가상승이 결합된 공급비용 상승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경상수지도 3월과 4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재정과 경상수지가 동시에 굴러떨어지는 '쌍끌이 적자'가 일어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대기업 납품 중소기업들은 이미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확산, 생산량 감소, 금리 상승, 인건비, 원자잿값 상승까지 시퍼렇게 날이 서 돌아가는 5개의 믹서기 칼날을 피할 길 없이 마구 난도질당하는 모양이다. 주조·금형·용접 등 제조 중소기업이 많이 쓰는 원자재인 고철과 선철 등의 철강 가격은 작년 이맘때 ㎏당 400원에서 지금은 800원 이상으로 뛰었다. 1년 사이 2배가 오른 셈이다. 국제유가도 1년 전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110달러 선으로 급등했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각종 석유화학 소재가격도 연쇄 상승하여 합성섬유를 생산하는 지역 중소기업은 적응할 겨를도 없이 급격한 비용 상승 부담에 내몰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50% 오를 경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10~15%가량 감소한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대비 각각 10.6%, 16.4% 증가해 2014년 2분기 이후 8년여 만에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반면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의 수렁에 빠져 있다. 날만 새면 오르는 원자잿값에 금리인상으로 현대차·기아의 수익성의 평균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대기업은 대외 악재에 대응해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하도급 업체에 비용 상승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위험 분산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복수의 납품업체 중 선택하거나 동일 품목을 복수의 업체로부터 동시에 공급받을 수 있으나 납품업체의 입장에서는 기술력에 의한 독점적 공급이 아니라면 이러한 선택권이 없다. 심지어 2차, 3차 가공업체들은 수주 물량이 떨어지면 폐업신고를 하고 직원들은 고용보험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물량 확보가 되면 다시 재개업하는 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우리 경제는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고 99%의 중소기업이 25%를 가져가는 상황'이라며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해결과 상생협력의 출발점은 '납품단가 현실화'라고 강조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25일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도 초청돼 중소기업 단체장들과 상생을 다짐하는 핸드프린팅 퍼포먼스를 함께 했다. 취임 전 인수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를 설치하여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결을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 제값 받는 환경조성을 약속했다. 납품기간 중 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대기업이 납품대금 조정협의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기로 한 것이다. 규제완화의 아이콘 이미지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 근무제 등 기업에 부담이 되는 규제를 완화해 대기업의 중대 애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지금, 경제난국에 뾰족한 대책 없이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해묵은 숙원을 해결할 적기가 아닐 수 없다.
권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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