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접하는 듯…벽면 꽉 채운 웅장한 '청량대운도'

  •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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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4   |  발행일 2022-06-15 제18면   |  수정 2022-06-15 07:24
청송 야송미술관 46m·6.7m 규모
한 작품을 위한 전시관으로 눈길
청송이 낳은 야송 故 이원좌 화백
예술의 전당 제1실 벽 보고 구상
청량대운도
청량대운도 전시관의 모습. <청송군 제공>
청량대운도
청량산을 그린 청량대운도. <청송군 제공>

청송군 진보면 야송미술관에 들어서면 벽면에 설치된 초대형 그림에 압도된다. 한눈에 전체를 감상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길이 46m, 세로 6.7m 그림은 산 초입에서 봉우리까지 구석구석 감상하는 데만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며 어느 순간 화백의 그림 세계에 빠져든다.


청송 야송미술관의 대표작으로, 청량산을 배경으로 그린 '청량대운도'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실경산수화는 그림이 아니라 마치 자연을 접하는 듯한 웅장함을 준다.


야송미술관이 청송군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청량대운도 한 작품으로만 채워진 청량대운도 전시관은 야송미술관의 자랑거리다. 한 작품만을 위한 전시관을 만든 것은 희귀한 사례다.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서 미술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물론 한 작품만을 위한 단독전시관이 있다는 점에서도 야송미술관을 일반 미술관과 차별화된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다.


청송군은 지역문화발전과 문화관광 청송 건설을 위해 야송 고(故) 이원좌 화백을 기리는 야송미술관 건립 계획을 세우고 진보면 신촌초등학교 부지를 매입, 리모델링한 뒤 2005년 4월에 개관했다.


야송은 청송이 낳은 거장이다. 야송은 1939년 청송군 파천면 지경리에서 태어났다. 6·25전쟁 중 지경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 오성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그의 그림 솜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뛰어나 교사들이 그에게 이런저런 도면 그림을 맡기다시피 해서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중·고교 미술교사를 20년가량 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했다.


퇴임 후에는 오로지 작품활동에만 전념했다. 1990년대부터 경북 북부지역의 산들을 직접 답사, 스케치에 몰두했고, 그의 실경산수화가 서서히 화단과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스케치 기행은 팔공산, 청량산 등 전국의 유명한 산들을 망라했다. 그런 가운데 그만의 독특한 산수화가 나오게 됐다.


그는 미술관 개관 후 서울 생활을 접고, 가족과 함께 청송으로 이주했다. 노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그림에만 열정을 쏟으려 한 것이다. 오로지 작품 활동에만 전념했다. 미술관에서 집과 작업실 삼아 창작열을 불태우던 그는 2019년 80세 나이로 작고했다. 생전에 그는 '한국현대미술초대전'(1989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자연대전'(1993년, 서울시립미술관) 등 수많은 개인전과 기획전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


야송미술관은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은 청량대운도 전시관이다. 이 전시관은 2013년에 건립됐다. 청량대운도는 이 화백이 서울 예술의 전당 제1실의 벽면을 보고 구상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큰 벽면이 있으니, 이 벽면을 한 장의 그림으로 채우는 화가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후 그는 꿈을 키워나갔다. 청량산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1989년부터 청량산의 골과 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세세하게 스케치를 해나갔다. 스케치 분량 또한 엄청났다.


그 스케치들을 온전히 엮어내려면 엄청난 크기의 그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 그림을 그릴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엄청난 크기를 감당할 공간 마련이 쉽지 않았다. 그림은 봉화군 봉화읍 삼계리의 허름한 창고에서 제작됐다. 65m, 30m 규모의 거대한 작업장이었다.


그는 그림을 처음 그리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촛불을 밝혔고, 정화수를 떠다 놓았다. 수염은 물론, 머리칼 한 올도 손대지 않은 채로 작업에 몰두했다. 그렇게 해서 1992년 10월에야 완성했다. 전지 400매의 분량이다. 그림 그리는 일만이 아니라 종이를 잇고 작업한 다음 배접하는 일도 힘겨운 여정이었다. 거장의 열정은 물론 작품의 위대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야송미술관에 사람들의 발길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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