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처장·차관·외청장 21명의 인선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국세청장으로 지명된 김창기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김창기 후보자를 국세청장으로 임명했다.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지연으로 인사청문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지자 내린 결정이지만,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2003년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등 4대 권력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첫 청장이 됐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 기자단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의 김창기 국세청장 임명을 알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김 후보자를 새 정부 초대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하고 주말을 거쳐 지난달 16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다. 인사청문 기한(6월4일)이 지나도록 청문회가 열리지 않자,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때문에 정치권은 이날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청장으로 임명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재송부 기한도 10일로 끝난 만큼 윤 대통령은 청문회 없이 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여야 대치 상황은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공정과 상식에 이어 법과 원칙마저 저버린 새 정부 인사 대참사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 강행한 정부 인사들의 국회 출석은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아직 임명되지 않은 다른 후보자들의 거취에도 관심을 보내고 있다. 현재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회가 국회 공백 사태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으로, 김 후보자는 부동산 갭투자 및 편법 증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일 박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과 관련, "음주운전 그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할 게 아니고"라며 "음주운전도 언제 한 것이며 여러 가지 상황이라든가, 가벌성이라든가 도덕성 같은 것을 따져봐야 하지 않겠나"고 언급했다가 야당 등으로부터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음주운전 감싸기"라는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여권 일각에서도 국민정서 등을 감안할 때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대통령실도 고민이 없지 않은 분위기다.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 임명 문제에 대해선 인사청문 시한이 18일인 만큼 국회 협상 상황 등을 지켜보자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후보자의 경우 주말까지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며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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