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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경 변호사 |
하늘 아래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너무나 비통하고 황망합니다. 생명은 우주보다 무겁고 귀하다 했거늘 어찌 이리 허무하게 가신다는 것입니까.
님이 가시는 날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온 세상이 함께 울었습니다. 님을 추모해야 하는 이 순간이 그저 꿈만 같고 믿겨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원통하고 원망스럽습니다. 그 절박했던 순간 님과 함께 하지 못하고, 님의 손을 잡아주지 못한 것이 못내 부끄럽습니다. 이 쓰라린 단장의 아픔,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차마 가눌 길이 없습니다.
눈이 멀어 버린 분노의 불길 때문에, 어찌하여 님은 영문도 모른 채, 아무 잘못도 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님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이별하는 허망한 참변을 겪어야 하는 것입니까. 가족들은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습니다.
자상한 아빠를 잃었고 사랑하는 오빠를 잃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고 뜻을 함께 하던 동료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님을 기억하겠습니다. 아름다웠던 님을 기억하겠습니다.
님은 청운의 꿈을 안고 함께 공부했던 지기였으며,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인생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이야기하던 벗이었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고 발 벗고 도움을 주었던 정 많고 가슴 따뜻한 변호사였습니다. 항상 인사성 바르고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살갑게 따르던 동생이고 후배였으며,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형이요 선배였습니다.
님은 이 세상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정 많은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노자, 장자를 좋아했고 주옥 같이 많은 글을 남긴 훌륭한 지식인이었습니다. 님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이제 님과의 인연이 다해 우리는 님을 떠나 보내야만 합니다.
불의의 참화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보고 싶은 친구와 동료를 남겨 두고, 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 세상, 그리운 추억을 남겨두고 떠나는 길이기에, 아직도 너무나 많은 할 일을 남겨둔 채 떠나야 하는 길이기에 어찌 아쉽고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미련과 회한이 남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삶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라 한 것처럼 이제 이승의 미련이나 집착을 벗으시고 번뇌도 고통도 없는 곳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얻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님이 못다 하시고 남겨 놓은 일, 님이 이루지 못한 거룩한 뜻은 살아남은 우리들이 이어받겠습니다. 더 이상 이 사건과 같은 참극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그 엄중한 숙제! 살아남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님이 사랑하는 가족과 자녀들은 살아남은 우리가 님의 몫까지 책임을 다해 보살피겠습니다.
이제 이승의 근심 걱정,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먼 길 편히 가십시오. 님이 좋아하셨던 '장주의 나비'처럼 훨 훨 자유롭게 날아가십시오. 살아가는 순간 순간 우리는 하늘의 해와 달이 되고, 별과 바람과 구름이 되어 있을 아름다웠던 님을 기억할 것입니다. 님을 보내드리는 날 님의 영전에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바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삼가 엎드려 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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