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와 대한민국에 봉사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 찾을 생각"

  • 임성수,노진실,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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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1  |  수정 2022-06-21 08:18  |  발행일 2022-06-21 제3면
이달 30일 퇴임 앞두고 영남일보와 인터뷰

권영진 대구와 대한민국에 봉사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 찾을 생각
권영진 대구시장이 20일 시청 별관 접견실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8년간 대구시정을 이끈 권영진 대구시장이 오는 30일 퇴임한다. 영남일보는 20일 대구시청 별관 접견실에서 권 시장과 인터뷰를 갖고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8년간 대구시정을 이끌었다. 8년을 마무리하는 소회는.

"지난 8년은 어려운 시정을 맡아서 대구의 미래를 열어가고 시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를 3년째 거치면서 시민들이 참으로 어려웠지만, 시장인 저도 사람인지라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 생각하면 초유의 감염병 상황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우리 대구 공동체를 지켜냈고, '대구방역'이 대한민국 모델이 됐고, 또 드라이브스루 진단 검사 등 많은 창의적 방역 기법이 세계의 표준이 되도록 했던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지나고 보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코로나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구의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초석은 어느 정도 닦았다고 생각한다."

▶8년의 임기를 돌아보며 보람된 점과 아쉬운 점을 꼽자면.

"취임 초기 물려받은 숙제들, 예를 들어 수십 년 동안 지역사회 갈등이라든지 또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해결하지 못했던 숙원 사업들을 시민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었다는 것은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다. 그리고 새로운 신산업으로 산업구조 혁신의 기틀을 닦은 부분들도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코로나19'다. 코로나가 없었으면 우리 시민사회의 역동성이 좀 더 많이 살아나는 그런 도시로 나아갈 수 있었고, 산업 부문과 관련해서도 해외 판매망 확대라든지 기업 유치와 관련해 상당 부분 진전이 있었을 텐데 모든 것이 멈추면서 속도를 내지 못한 면이 있다. 이런 부분들을 많이 아쉽게 생각한다."

팬데믹 속 대구 공동체 지켜내
지역의 미래 초석 닦았다 자부
자랑스러운 시민들 못잊을 것

청렴 소신 함께한 가족 고마워
서대구 하·폐수처리장 등 사업

오랜 논의·고민·타협 결과물
차별화 위한 차별화는 불필요



▶민선 8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에서 권 시장이 추진한 핵심 사업들을 재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새로운 시장이 전임 시장의 추진 사업이나 시정에 대해 다시 검토해 보고 또 그것을 보완·발전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준비 기간에 해야 될 일들이라고 보고 있으며, 충분한 검토 하에 좀 더 발전적인 시정이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제2대구의료원 건립, 대구취수원 이전, 서대구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사업 등이 특히 주목받는다. 이들 사업의 재검토에 대한 의견을 묻자면.

"제2대구의료원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올지도 모를 감염병에 대응하고, 취약계층의 공공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공공의료 시스템을 갖출 것인가에 대해 아마 당선인께서도 고민을 하고 계신다고 믿고 있다. 취수원 다변화 문제는 수십 년 동안 대구와 구미가 갈등을 하며 진전이 되지 않던 일을 지난 몇 년간 서로 논의 끝에 해결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수도 없이 검토해 왔던 것을 다시 검토한다고 하는데, 지역민들에게 물로 인한 고통을 더 이상 연장시켜 드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물과 관련된 고통은 지금 단 한 시간도 더 연장할 수 없을 만큼 시민에게 절박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대구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사업은 서대구 역세권 개발과 대구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문제(사업)로, 이미 절차가 많이 진행된 부분이다. 좀 더 발전적인 대안들이 있다면 그 대안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야겠지만, 오랫동안 시민적 논의와 고민, 양보와 타협으로 결정된 부분들은 좀 계속해서 발전의 관점에서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대구시 각 실·국이 인수위에 업무 보고를 했다. 이와 관련해 실·국에 당부한 말은. 또 당선인을 위한 인수위 같은 조직은 필요하다고 보는가.

"저도 취임 초기 겪어보니 대구시정에 대해 파악할 것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당선인에게 할 업무보고 자료를 잘 준비하고 상세히 설명해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의 이해를 도우라고 당부했다. 역사는 부정과 파괴에 의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계승과 창조에 의해 발전해 왔듯 우리 공동체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시정에 대해 파악하고, 공약에 대한 세부적인 이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취임 준비위원회 같은 조직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새로운 시장이나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차별화를 고민하는데, 저는 그 차별화 원칙은 대구 미래와 시민의 삶이라고 본다.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홍 당선인이 경제부시장을 기획재정부에서 파견받는 등 대구시 핵심 인사의 외부영입 입장을 밝혔다. 어떻게 평가하나.

"인사는 시민으로부터 위임 받아서 하는 한시적인 시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저는 중앙부처에서 파견 오는 분들이 와서 열심히 잘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하지만 혹여라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보는 생각이 있다면 그런 것들은 버려야 한다고 본다. 제가 일해 보니 대구시청 공무원들 정말 우수했다."

▶지난달 대구세계가스총회 개회식 참석차 대구에 온 윤석열 대통령과 따로국밥 식당에서 점심을 하면서 권 시장이 광주에서 '명예 시민증'을 받은 이야기를 했다. 특별한 의미라도 있었나.

"5·18민주화운동은 이미 역사적으로 평가가 다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대한 평소 소신도 있었다. 5·18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위해 광주를 폄훼하고, 갈등을 불러일으켜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맞서야 된다고 생각했다. 윤 대통령이 5·18기념식에 여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참석한 것을 저는 역사의 한 장을, 한 페이지를 새롭게 열었던 의미로 받아들였고,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했다. 그런 연장선 상에서 당시 대구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게 되니 자연스레 대구·광주의 달빛동맹과 광주 명예시민 이야기를 하게 됐다. 정말 동서화합을 통해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어주는 그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을 담아 말씀을 드렸다."

▶대구에 내려올 때 가져온 승용차를 아직 타는 등 어느 시장보다 '청렴'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는데.

"관용차를 많이 이용하지만 아직 개인 차는 2005년식 쏘나타다. 하지만 올해는 바꿀 생각이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데 지금의 차로는 어머니가 오르내리기 많이 힘들어서 승합차로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친인척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마 짐작건대 많은 민원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 번도 저에게 부탁을 하거나 청탁을 한 적이 없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사적 모임에 나와 달라는 부탁을 수 차례 받고도 시장 아내로서 꼭 참석해야 하는 봉사단체만 정기적으로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시장 초선 당시 주위로부터 섭섭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저로서는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다."

▶임기를 마무리하며 대구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은.

"부족한 제가 지난 8년간 대구시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우리 시민들께서 많이 격려해 주시고 힘이 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때 대구시민들이 보여주었던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잊지 못한다. 시민들과 함께 대구시장직의 소명을 완수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제게 있어 참으로 영광스럽고 보람된 일이었다. 그리고 제가 변화와 혁신의 기치를 내걸고 시장이 됐고, 그렇게 시정을 돌봐왔기 때문에 대구시 동료 공무원들도 어려운 일이 많았을 텐데 저를 믿고 함께 해준 부분에 대해서도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 임기를 마치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게 되면 개인적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좀 보내고 싶다. 주변인들과 인간의 정을 따뜻하게 나누면서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갚고 싶다. 어느 정도 재충전이 되면 대구와 대한민국을 위해 작게나마 봉사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찾을 생각이다."

대담= 임성수 사회부장 s018@yeongnam.com

정리=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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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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