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앞둔 TK지방의회 국회의원이 '상왕' 노릇

  • 민경석
  • |
  • 입력 2022-06-29   |  발행일 2022-06-30 제5면   |  수정 2022-06-29 18:06
"의장 누구 찍으라" 지시까지

대구 경북(TK) 지방의회 개원을 앞두고 원(院) 구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의회 의장 선거에서 '지지 후보 통일'을 지시하거나 의장을 아예 내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대구시의회 의장 선거에 일부 국회의원들의 개입설이 파다하다. 의장 선거는 김대현(국민의힘·서구1), 이만규 (국민의힘·중구2), 이재화 시의원(국민의힘·서구2) 간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특정 후보를 밀어준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시의회를 통한 지역구 민원 해결을 수월케 하기 위해서다.


한 시의원 당선인은 "어떤 지역에선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시의원들에게 의장 후보 중 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의원들도 반발 없이 따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선 구청의 기초의회 의장 선거에선 아예 의장을 지역구 국회의원이 내정했다는 말도 나온다. 대구지역 한 기초의회에선 의장 후보로 3명이 거론되는데, 이 중 한 사람을 국회의원이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특정인을 의장으로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의힘 김영식(구미을)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구 당선자 연석회의를 열고 7월 1일 개회하는 제9대 구미시의회 의장에 강승수 시의원을 단수 추천했다"고 밝혔다. 구미갑, 구미을 당원협의회가 번갈아 가면서 의장을 추천하는데, 이번엔 구미을 당협 차례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미시의원 당선인들은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당선인이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구미시의회 의장단을 결정한 것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원칙을 깔아뭉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산에서는 국민의힘 윤두현(경산) 국회의원이 시의회 의장으로 박순득 시의원을 내정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박순득 시의원은 "윤 의원에게 의장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적은 있다. 이는(경쟁 후보인) 박미옥 시의원도 똑같이 한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윤 의원은 특정 인물을 내정한 적이 없고, '당 기여도·선수·연장자 순으로 의장을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을 뿐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에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하는 관행을 두고 '지방자치제도 취지 훼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국회의원의 하수인 노릇을 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지시대로 의장단 선출을 하는 것 자체가 지방의회의 격을 낮추는 일"이라며 "국회의원들도 지역구에서 '상왕 정치'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