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사회적경제 10년의 성과와 과제 (4)- 마을기업이 살기 좋은 대구 만든다

  • 손찬 (사) 대구마을기업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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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5   |  발행일 2022-07-05 제21면   |  수정 2022-07-05 07:36

손찬
손찬 (사) 대구마을기업협회회장

1950년경 공동묘지 골짜기에 여우가 많이 나타났다고 하여 야시골로 불리던 대구 수성구 범어2동에 2016년 12월28일 마을기업 야시골 협동조합이 들어섰다.

범어2동 주민 70여 명이 직접 성금을 모아 편백나무를 심고 가꾸고, 도심공동체 활동을 위하여 출자 설립한 마을기업이 편백과 산야초를 근린공원에 심고 야시골의 옛이야기를 살려냈더니 2019년 범어시민근린공원이 '야시골 공원'이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공원에 편백숲을 가꾸어낸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민을 위해 품질 좋은 제철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다양한 먹을거리와 도심 속 고향의 향기를 품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주민들은 야시골 협동조합의 공간을 경로당에 가기 전 거쳐 가는 곳이란 뜻을 담아 '중로당'으로 부른다. 모여서 삶의 정을 나누며 건강한 먹거리는 공동으로 구매하고, 함께 모여 다양한 젓갈을 직접 담그고 김장철 소포장 판매까지 하면서 일감을 만들어냈다.

야시골 협동조합처럼 생활의 필요를 가장 가까이서 해결하는 마을기업은 보통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설립되어 활동해 왔다. 구름 같은 사회문제보다는 옆집 사람, 친구가 필요한 우리 아이, 엄마들의 필요를 스스로 해결하는 실용을 담아 만들고 운영되는 조직이다. 대구에는 100여 개의 우수한 마을기업이 곳곳에서 이러한 마을 공동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거리에 로컬푸드 매장을 갖고 싶었던 주민들이 설립한 안심 협동조합은 6월19일 10주년을 맞아 조합원 행사를 진행했고, 사업수익을 주민들과 나누기 위해 매월 진행해 왔던 행복음악회는 최근 100회 기념 콘서트를 성대하게 치렀다.

전국 최초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설립한 마을기업 <주>새벽수라상은 새벽에 만든 반찬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낮에 만든 반찬으로 독거세대를 방문해 먹거리와 함께 안부를 전하는 사업으로 2022년 전국 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지난해에는 반찬 사업을 통해 만든 수익금으로 아파트 단지 내 고독사 예방센터를 개소하여 인근 아파트까지 사회공헌 활동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청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모인 청년 마을기업 레인메이커 협동조합, 빛글 협동조합, <주>제이샤는 각각 10명 이상의 청년을 고용하고 있다. 방천시장에서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소셜마켓으로 시작한 레인메이커 협동조합은 북성로의 100년 된 대화여관 건물을 재생하여 복합문화공간 '대화의 장'을 운영하는 등 민간의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이뤄낸 우수사례로 전국에서도 손꼽히고 있다.

1616년에 조성된 옻골마을은 20여 채의 한옥과 돌담길, 나지막한 등산로가 함께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마을기업이 설립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400년 된 한옥에서의 낮과 밤, 깊은 지역성을 담은 전통문화, 지역 농산물로 만든 디저트 카페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대구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마을기업들이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우선되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100개 마을기업에 직접 출자하여 운영에 참여하는 마을기업 회원이 2천6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자기자본을 내어 참여하는 주민 2천600명과 그 연결된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의 힘이 마을기업이 공원을 숲과 골목으로 바꿔내는 힘이 되어 왔다. 주민 생활에 있어 가장 가까운 요구를 해결하며 적정수익을 만들어내는 마을기업이 대구 195개 법정동에 하나씩 생기는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 주민이 살기 좋은 새로운 대구는 마을기업이, 주민이 직접 만들어 갈 것이다.

손찬 (〈사〉대구마을기업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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