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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
타고르는 식민지시기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인이다. 그는 두 편의 시를 통해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첫 번째는 1916년 일본 방문 시 조선인 유학생 진학문의 요청을 받아 자신이 썼던 시 중에서 골라 건네준 '패배자의 노래'이다. 두 번째는 1929년 일본 방문 시 조선 방문의 요청에 응하지 못해 쓴 '조선에 부탁 -동방의 등불-'이다. 주지하듯 타고르는 한국 지식인들에게 피지배자로서의 동질감과 역경을 극복하자는 희망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고르는 왜 처음에 조선을 위해서 새롭게 시를 쓰지 않고 기존의 시만 건네주었을까? 타고르가 조선에 방문했다면 식민지인들과 힘을 합친, 반제국주의의 문인으로 이해되었을 것이다. 그는 사실상 '패배자의 노래'에서 지배자의 요구를 받아 지배자를 위해 노래하는 동시에,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또 다른 제국인 일본에 방문한 계기를 진지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패배자의 노래'
내 주인이 나에게 후퇴의 길 쪽에 서서 패배자의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가 비밀리 구애하는 신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두운색의 면사포를 쓰고, 사람들로부터 얼굴을 가리고 있으나, /어두움 속에서 그녀의 가슴에서 보석이 빛나고 있다. /그녀는 낮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존재이며,/하나님의 밤은 불 켜진 등불과 이슬로 젖은 꽃과 함께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눈을 내리깔고 침묵하던 이유는 /그녀가 떠났던 고향에서 바람 속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들은 수치와 고통으로 가득차면서도 /달콤한 그녀의 얼굴에 영원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랑스러운 침실의 문이 열리고 부름이 왔으며 /어둠의 심장은 기대되는 밀회로 인해 떨리는 중이다.
신부는 결혼 중인 여성을 의미하지만, 인도에서는 처녀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타고르는 자신에게 패배의 노래를 부르게 만든 지배자가 사랑의 관계를 공개하지 않은 채 처녀를 밤 시간에만 부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처녀가 고향을 떠났으나 거기서 전해오는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기 때문에 꼼짝 못한다. 끔찍한 점은 하나님의 밤과 밤에만 나타나는 별들이 지배자에게 동조하듯이 비참한 처녀를 두고 신나게 있는 것이다. 타고르가조선을 위해 시를 창작하지 않았던 이유는 대자연의 힘마저도 잃어 절망에 빠진 인도를 위해, 고향을 떠나 일제의 힘을 구하려 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비극이 가득 찬 상황이 10여 년이나 지속된 후, 타고르는 조선을 위해 새로운 시를 썼다. 그는 '조선에 부탁 -동방의 등불-'에서 조선을 램프의 전달자(lamp bearer)로 비유하며, 길 안내의 기능을 다시 발휘하기를 부탁한 것이다. 타고르는 어떠한 길 안내가 필요했을까? 그는 인도인이니, 아시아라는 곳은 중국 내지 인도를 포함한 동양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리고 인도는 유교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니 아시아의 황금시대는 곧 불교문화의 전성기를 의미한다. 타고르가 '동방의 등불'을 짓기 전에 '왕오천축국전'의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왕오천축국전'은 신라의 승려 혜초가 인도의 여러 왕국을 순례하고 그 여로를 적은 중요한 문헌이다. 따라서 타고르가 식민지시기의 한국이 다시 선봉(先鋒)의 역할을 해달라고 하는 것은 한국이 당시 접하고 있던 일본 문화에 대해 동양을 이롭게 해주는 방식으로 안내해 달라는 의도로 보일 여지가 있다.
타고르는 당시 한국 근대문학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외국 문학가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가 한국인에게 준 시를 보면 그것들은 한국을 위한 시라고 보기가 어렵다. 타고르가 조선에 대해 동병상련 같은 동질감을 느꼈다면 이 두 시를 한국인에게 건네주지 않았을 것이다.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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