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국제정치 전문가 이춘근 박사 "우·러 전쟁 선악 관점서 보면 안돼…우리에게 어느 나라가 더 중요한가"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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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3   |  발행일 2022-08-03 제13면   |  수정 2022-08-0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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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국제전략 전문가 이춘근 박사는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 등으로 민주당의 인기가 바닥 수준이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며 "오는 11월8일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는 민주당이 완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튜브 이춘근TV 캡처〉

유튜브 방송 '이춘근TV'를 통해 얽히고설킨 국제정치의 행간을 읽어주고 있는 국제전략전문가 이춘근 박사가 최근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쳐 시선을 끈다. '이춘근TV'는 현재 34만5천여 명이 구독하는데 '국제정치' 부문에서 독보적이다. 그런 그가 국민, 특히 젊은이에게 국제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최근 '국제정치학개론 교실수업'을 시작했다. '강대국 사이에 끼여 살아야 하는 한국인에게 국제정치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 5월 민간 주도로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기반을 세우겠다는 취지로 창설된 '세계한인교민청'(이하 교민청)의 초대 청장을 맡아 200여 개국의 해외 동포를 연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집필과 방송을 통해 지식을 전파해 온 학자가 직접 사회를 바꿔보겠다고 '행동'에 나선 듯하다. 지난주 미국의 조야를 살피고 돌아온 이 박사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11월 美 중간선거 공화당이 압승할 것
민주당 지지하던 교포 대부분 돌아서
패권국 지위 평화롭게 양보한 적 없어
中 경제·정치발전 함께 가야 번영 지속
통일 지원 힘·의지 있는 국가 美 유일
줄타기 말고 한미동맹 한층 강화해야

▶2020년 집권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성과를 평가하는 중간선거가 오는 11월8일로 예정되어 있다.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

"지금 상황으로 보면 민주당 전멸이다."

▶어떤 근거냐.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이다. 교포를 포함해 소수 민족이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하는데 거의 돌아섰다. 민주당이 소수 민족의 주머니를 두둑이 해 주는 정책으로 표를 모았는데 근데 지금 주머니를 텅텅 비게 만든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일 년이었다. 기름값 등 값이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다. 물건값은 올랐는데 월급은 안 오르니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중산층 이하가 공화당을 지지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이것도 좀 바뀌었다. 옛날에는 소상공인, 기업가 이런 사람들이 공화당이고, 민주당은 그냥 대개 가난한 사람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쳤다. 이제 거꾸로 바뀌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나온 남자는 다 공화당이고, 대학교 나온 여자는 다 민주당으로 보면 된다. 그래서 11월 선거 전에 대통령 사임하라는 이야기가 민주당 내에서 나올 정도이다."

▶예측대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면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정세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

"미국 외교 정책은 한마디로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같다. 바뀔 일 없을 거다. 외교는 거의 다 같은데 나는 미국 공화당이 더 낫다고 본다. 공산주의에 더 강경하다. 그렇지만 민주당도 강경하지 않는 건 아니다. 민주당도 중국, 북한 싫어한다."

▶미국은 자유주의적 패권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 듯하다. 현재 중국의 경제력을 약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대중국 정책의 변화는 없을까.

"그렇다. 바이든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전쟁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국도 대만은 절대 포기 안 한다는 입장 아닌가.

"중국이 대만을 뺏을 수 있을 때 건드릴 것이다. 그런데 대만은 우크라이나랑 다르다. 육군이 바로 가서 싸우는 게 아니다. 해군 군함을 타고 육군이 건너가야 된다. 전쟁하려면 30만명은 가야 되는데 30만명을 배로 나른다고 생각해 보자. 배가 몇 척이 필요하겠나. 게다가 군함 50척 병력 2만7천여 명의 미군이 대만해 옆에 있다. 여기에 일본도 중국이 대만 침공하면 참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만에서 전쟁이 난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미국이 도와달라고 그러겠지."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장이 곤혹스럽다.

"이것만은 꼭 말씀드리겠다. 이 세상 어떤 패권국도 자신의 지위를 도전자에게 평화적으로 양보한 적은 없었다. 이게 국제정치의 진리 중 진리이다. 2차 대전, 1차 대전 등 모든 큰 전쟁은 도전자에 대해서 챔피언이 가서 막은 전쟁이다. 하물며 미국이 평화롭게 자기 자리를 중국에 양보한다고? 미국이 더는 중국이 크지 못하도록 막고 나섰다. 그게 경제다. 우리의 경우,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는 어딘가라는 설문에 국민 89%가 미국이라고 답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내수 기반이 탄탄하니 미국의 방해에도 계속 발전하지 않을까.

"경제 발전과 정치 발전이 항상 같이 가야 지속 가능하다. 미국의 유명한 학자가 민주주의는 산업화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산업화됐는데 민주주의가 안 오고 있다. 중국이 민주주의를 하면 나라가 쪼개진다. 독립하려는 소수민족을 꽉 쥐고 있으려니 지금과 같은 권위적인 리더십이 발휘된다. 그러나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 자유를 계속 억누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발전 로드맵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이 계속 번영하려면 민주화돼야 한다. 그러려면 홍콩에 명실상부 일국양제를 실시해야 하고, 위구르와 티베트를 독립시켜야 한다. 그것을 하지 않으려는 한 중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망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나는 다른 사람하고 견해가 아주 다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선과 악의 감성적인 관점으로 봐서는 분석이 안 된다. 쉽게 얘기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둘 중 어느 나라가 우리한테 더 중요하나 생각해 보길 바란다. 도움을 주든 뭐를 하든 우리가 더 크게 생각하고 따져야 할 나라는 러시아다."

▶이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당선을 예측해 주목을 받았다. 차기 미국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차기 대통령 선거에 트럼프가 다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정치 참모로 활약한) 딕 모리스가 요번에 '더 리턴'이라는 책을 썼는데 트럼프가 출마 선언하는 순간 공화당 후보로 확정이 되고, 본선에서 100% 승리한다고 전망했다."

▶최근 민간차원의 교민청을 설립하는 등 해외 교포 조직화에 힘쓰고 있다. 왜 이런 일을 하나.

"교민청은 국가 주도의 재외동포재단과는 다른 단체로,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겠다. 북한 주민에게 해방과 자유, 복음을 전하고 자유 통일을 이루는 데 해외 교포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이 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740만명 정도의 해외 교포 중 300만명이 미국에 있는데 기독교 자유주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게다가 내가 유학했던 40년 전과 달리 교포들이 많은 부를 축적했고, 미국 내에서 영향력도 커졌다. 많은 교포 자녀가 하버드·예일·육군사관학교도 나오고…. 그러니까 교포 2세들이 미국의 엘리트가 되고 있는 거다. 이런 사람들이 고국을 위해서 정말로 뭔가 하고 싶어 한다. 이들의 힘을 잘 활용하면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국제협력에 대해 조언하면.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는 국제 문제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된다. 통일 문제 역시 국제 문제이다. 그런데 그거를 우리 민족끼리라고 접근했으니 틀린 거다. 우리나라 모든 문제의 원천이 분단이다. 그 분단의 원천은 국제 정치인 거다. 우리 민족이 분단한 건 아니다. 국제 정치적으로 분단됐기 때문에 해결책도 거기서 찾아야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통일을 지원해 줄 의지와 힘이 있는 나라가 미국 하나밖에 없다. 중국도 일본도 우리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일본은 지금 미국 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통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이 중국하고 북한 아니겠나. 그러나 통일을 원하는 세력의 힘이 크면 클수록 평화 통일의 가능성이 커진다. 거기서 우리가 줄타기 하면서 양쪽으로 다 이익을 보겠다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이춘근 박사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텍사스대학 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현) △저서 '전쟁과 국제정치'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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