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학습 능력 없는 보수정당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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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8   |  발행일 2022-08-08 제26면   |  수정 2022-08-08 06:46

[취재수첩] 학습 능력 없는 보수정당
민경석기자 (정치부)

국민의힘이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연승을 거두며 집권을 하자마자 '권력 투쟁의 늪'에 빠졌다.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는 이준석 대표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다. 징계 이후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지도체제 전환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후회 없는 결말'을 언급하며 법적 대응 등 전면전을 시사했다.

연전연패를 기록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되찾은 정당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권 초기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전투구나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어려운 승리를 끌어낸 당 대표를 쳐내는 모습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라고 국민이 표를 준 게 아니라는 점은 본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싸운다.

그 사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취임 두 달 만에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취임덕(취임+레임덕)'이라는 씁쓸한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런 윤석열 정부를 향해 더불어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이자 윤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맞붙었던 이재명 의원은 "무능력·무책임·무기력의 3무(無) 정권"이라고 한다.

현재 국민의힘을 보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친이(親李), 친박(親朴)으로 갈라져 권력 투쟁을 벌이다가, 박근혜 정부 말기엔 '진박감별사' 논란이 불거지며 탄핵으로 이어졌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다. '도로 새누리당'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생이 어떻건 간에 자신들의 권력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학습능력이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은 이제라도 국민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국민의 보편적 정서를 끌어안아야 어렵게 탈환한 정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고위 관료를 지낸 만큼, 그 정도 학습능력은 갖추고 있으리라 믿는다. 명심하시라. 권력투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진정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민의 힘을 알고 있는 '국민의힘'이 되길 바란다.

민경석기자〈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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