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태의 제3의 눈] 타이판 대마초의 정치경제학

  •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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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2   |  발행일 2022-08-12 제22면   |  수정 2022-08-12 06:48
국제대마초시장 17조 규모

타이 정부가 시장 선점 목적

아시아서 첫 대마초 합법화

가이드라인조차도 불분명

불법? 합법? 시민도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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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요즘 타이엔 대마초 열풍이 분다. 대마초를 섞은 치약, 강장제, 오일, 향수, 화장품, 방향제에다 아이스크림, 피자, 케이크, 차, 커피, 커리, 국수까지 등장했다. 커피숍과 식당엔 대마초 선전판이 나붙었고, 길거리엔 대마초 묘목을 내놓고 판다. 정부는 대마초 100만 포기를 시민한테 나눠주기도 했다.

지난 6월9일, 대마초 합법화 뒤 벌어진 일이다. 이제 타이에서 대마초 재배, 생산, 판매, 소비, 소지는 합법이다. 대마초의 상업적 생산이야 허가가 필요하지만, 개인이 집에서 키우는 건 모바일 앱으로 등록만 하면 된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현재, 대마초 합법화를 놓고 시민사회는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또렷하지 않은 탓이다. 대마초 합법화에 앞장선 보건부장관 아누띤 짠위라꾼은 "대마초 자유화가 아니다. 의학적 효능을 살리고 재배 농민의 소득을 높이는 게 목표다. 대마초를 남용하면 안 된다"며 알 듯 모를 듯한 말만 늘어놓았다. 여태 정부가 밝힌 가이드라인은 대마초의 활성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0.2% 이상 금지, 미성년자 금지, 향락용(흡연) 금지가 다다.

정부 안에서도 헷갈리긴 마찬가지다. 하물며 보건부 의료지원국장 솜삭 악실쁘조차 "우린 대마초에 대해 잘 모른다.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대마초 관련 법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의료와 수익을 내세운 합법화는 시기상조"라며 걱정하듯. 게다가 고등교육부와 방콕 정부는 성년인 대학생까지 대마초 관련 제품 사용을 금지해 중앙 정부와 엇박자를 냈다.

이러니 시민이야 오죽하랴. 치앙마이에서 식당을 하는 옴삭 아짜리(43)는 "대마초 음료를 팔지만 아직 불법인지 합법인지도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고, 치앙마이대학 학생 아빠뽄 앙까나(21)는 "정부가 합법이라는데 학교가 불법이라니 우린 외계인"이라며 비아냥댔다.

변호사 솜끼앗 끼띠웡은 "THC 0.2% 관리, 대마초 운전에 따른 교통안전 문제, 효능 검증도 안 된 대마초 식품, 다 어떻게 할 건가? 원칙도 준비도 법도 없이 합법화란 말부터 던진 건 속 보이는 정치놀음"이라며 정부를 타박했다.

실제로 타이 정부가 서둘러 아시아에서 처음 대마초 합법화를 선언한 데는 17조원에 이르는 국제 대마초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망 못잖게 정치적 속셈을 깔았다는 걸 알만한 이들은 다 안다. 2014년 쿠데타로 권력을 쥐고부터 정치 혼란과 경제 실정으로 벼랑 끝에 몰린 쁘라윳 짠오차 총리 정부가 차기 총선을 노린 카드였다. 군부가 쫓아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현 야당의 발판이자 최대 인구를 지닌 농사지대인 동북부 농민을 겨냥한 표밭갈이인 셈이다. 정부가 대마초 합법화로 2026년 150억밧(5천500억원) 경제 효과가 날 것이라며 애초 재배 농민의 수익 창출을 강조해온 까닭이다. 타이상공회의소대학이 2023년부터 대마초 시장이 15%씩 늘어나 2025년이면 430억밧(1조6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한껏 농민을 부추긴 것도 그 일환으로 볼만하고.

참,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한마디 더. 타이를 여행하려는 독자가 있다면 참고하시길. 대마초 성분은 3~7일 몸에 남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대마초는 불법이고, 대한민국 법은 속인주의다. '형법 제3조(내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잊지 마시길. "불법인지 몰랐다"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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