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산초등 5학년, 대구 동화사에서 역사를 배우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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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5 14:29  |  수정 2022-09-26 07:49  |  발행일 2022-09-2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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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총림 동화사(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내 국내 최고 높이인 33m 통일약사여래대불 앞에서 대구 학산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대구 팔공총림 동화사(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에 대구 학산초등 5학년 2개반 50명 가량의 학생들이 모였다. 신라시대에 세워준 이후 1천 500여년을 이어온 대구지역 대표 사찰인 이곳을 찾은 이유는 대구시·대구시교육청이 주최하고, 영남일보 교육인재개발원이 주관하는 '대구사랑 역사탐방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들의 이번 역사탐방 체험학습은 새로운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됐다. 학년이 바뀌고 2학기가 되면 서로 다 아는 사이가 되지만, 이 학교의 경우 최근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기존에 있던 한 학급 내 학생수만큼 전학생이 오면서 학기 초와 같이 새로운 친구들이 생겨버린 것. 이런 상황에서 도심을 떠나 자연속으로 친구들과 함께 나온 덕분에 교실에서와는 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됐다.

◆불교문화를 통해 배우는 역사
이날 동화사 동화문 주차장에서 학생들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우남희(여·58) 팔공산 역사문화이야기 전문강사였다. 문화관광해설사이기도 한 우 강사는 "동화사를 단순히 종교적 측면에서 한정해서 접근하기 보다 역사적인 관점, 즉 여기에서 일어난 대구와 관련된 역사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 소지왕 15년(493년)에 창건된 동화사는 1천500여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사찰이에요. 그런데 맨 처음 이름은 동화사 아니였어요. 원래 '유가사(瑜伽寺)'로 불렸는데 한 겨울 오동나무에서 꽃이 피었다고 해서 '동화사(桐華寺)'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우 강사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동화사 내에 모두 16점의 보물이 있고, 이중 8점은 오늘 학생들이 직접 볼 수 있다"는 우 강사의 설명 이후 학생들이 찾아간 곳은 '비로전'이었다. 비로전 대적광전에는 신라 42대 흥덕왕 때 심지대사가 조성한 보물 '석조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다. 또 앞마당에 자리잡고 서 있는 삼층석탑도 보물이다.

이후 학생들은 봉서루와 대웅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봉서루는 '봉황이 깃드는 누각'이란 뜻으로, 봉서루 앞에는 봉황을 새긴 부조와 봉황의 알을 상징하는 돌이 놓여있다. 봉서루 뒤편에는 '영남 지역 승병 본부 출입문'을 뜻하는 '영남치영아문(嶺南緇營牙門)'이라고 적힌 현판이 내걸려 있다. 이는 동화사가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지휘하는 영남지역 승병의 본부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우 강사는 설명했다.

우 강사는 "대웅전에 있는 기와를 자세히 보면 색깔이 다른 기와 2개가 있고, 이것은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위해 싸웠던 호국사찰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파계사에도 색깔 다른 기와가 놓여 있긴 하지만, 그것은 호국사찰을 표시하는 게 아니라 왕실사찰을 나타내는 것이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름답고 웅장한 건물, 아름다운 꽃창살 무늬 문, 용마루 중간에 청색기와, 다듬지 않은 굽은 자연스러운 기둥으로 이뤄진 동화사 대웅전은 팔공산을 대표하는 법당이자 보물로 지정돼 있다. 대웅전은 여러 차례 중창을 거듭했고, 현재 건물은 조선 후기 영조때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웅전 천장에는 세 마리의 용과 6마리의 봉황이 화려하게 조각돼 있다. 보물 지장시왕도·삼장보살도, 대구시문화재자료 영산회상도·시왕도·신중도 등의 탱화들이 대웅전 실내의 벽에, 외벽에는 10편의 심우도(尋牛圖) 중 4번째인 득우(得牛)편이 그려져 있다. 탐(貪-탐내다), 진 (嗔-성을 내다), 치(痴 -어리석다)로 불리는 삼독(三毒)에 물들어있는 인간 본성의 사나운 상태를 야성의 검은 소에 빗댄 그림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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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총림 동화사(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내 국내 최고 높이인 33m 통일약사여래대불 앞에서 대구 학산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통일을 바라는 '통일약사여래대불'
대웅전을 거쳐 비로전을 둘러본 학생들은 1992년 세워진 '통일약사여래대불'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높이 33m, 둘레 16.5m의 커다란 석불상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불상이다. 노태우 정부 당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자리에 들어섰다.

이곳으로 가던 길에 학생들은 보물로 지정된 당간지주를 눈으로 확인했다. 설법이나 법회가 진행 중임을 알리는 깃발인 '당간'을 지탱하는 기둥인 당간지주 옆에는 인악대사비가 있다. 비석을 받치는 아랫돌인 귀부가 보통 거북이 모양인데, 인악대사비의 경우 봉황 모양인 것이 특징이다.

당간지주를 지나 오른쪽에 있는 다리를 건너 조금만 안으로 오르자, 아파트 12층 높이 정도(아파트 1개층이 2.8m가량)의 커다란 불상인 '통일약사여래대불'이 학생들에 눈 앞에 나타났다. 이후 학생들은 '연꽃만들기 체험활동'을 했다. 종이컵과 연꽃잎모양의 종이로 만들었다.

이유건 학생은 "통일약사여래대불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그게 대구에 있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면서 "통일을 바라는 불상도 있는 만큼 통일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북한에 지하자원이 말고, 우리나라는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통일이 되면 모두 지금보다 더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승민 학생은 "원래 우리반은 12명이었는데 12명이 전학오면서 새로운 친구가 많이 생겼다. 새로운 친구들과 처음 야외 수업을 나와서 좋고, 이곳에서 더 친해지고, 더 많은 친구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돼 좋았다"면서 "크고 인자하게 생긴 통일약사여래대불도 좋았고, 대웅전 옆에 있던 심우도를 보면서 욕심과 지나친걸 버려야 더 많은 친구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시은 학생은 "동화사에 가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선생님께서 잘 설명해주셔서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연꽃 만들기가 엄청 재미있었다. 또 높이 33m의 통일약사여래대불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가족들과 한번 더 가서 복습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학생들의 '대구사랑 역사탐방 체험학습'을 인솔했던 강호민 5학년 부장교사는 "5학년에 역사수업을 하는데 박제된 교육이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교과서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만큼 교실 내 수업도 더 알차질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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