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사라지지만 잊히지 않아야…

  • 박선 전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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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6   |  발행일 2022-09-26 제25면   |  수정 2022-09-2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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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 전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표

통폐합의 사전적 뜻은 '같거나 비슷한 여러 기업·기구 따위를 없애거나 합쳐서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효율성을 이유로 사회 곳곳에서 통합 또는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육영역으로, 당시 사회의 큰 파장을 불러왔으며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학과 통폐합, 지역대학 간의 통폐합 등 대학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학은 살았지만, 학생은 버려졌다'라는 기사 등 심한 갈등이 존재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통폐합을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더구나 경제적 효율성과 빠른 결과도출을 강조할 경우 고유의 특성이 묻히게 되고 전문성이 약화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폐합이 오히려 후퇴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현재 민선 8기가 시작되면서 대구시 산하기관 통폐합으로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대구청소년지원재단의 역사를 짚어보고자 한다. 1990년 2월 대구청소년종합지원센터로 시작하여 1996년 7월 대구청소년자원봉사센터 개원, 1998년 청소년쉼터 개소 등을 거치면서 2008년 4월 재단법인 대구청소년종합지원센터로 통합되었다. 2009년 7월 청소년자립 지원을 위한 두드림존을 개소하고 2010년 8월부터는 대구아름성문화센터, 2011년 1월 대구청소년문화의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2012년 11월 〈재〉대구청소년지원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2014년 9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으로 지정 고시되었다. 2015년 3월에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을 개소하고 2016년 12월 공직 유관단체로도 지정되었다. 2018년 1월 일시이동형 청소년쉼터를 운영, 2019년 1월 대구청소년문화의집 꼼지락발전소를 서구에 신축 개원하면서 8개 센터를 운영하는 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대구청소년지원재단은 '대구 청소년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환경 조성에 기여한다'는 미션과 'THE 나은 청소년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통합플랫폼'의 비전을 품고 30년이 넘는 세월을 달려온 청소년전문기관이다. 1900년대부터 지속된 YWCA, YMCA, 흥사단을 비롯한 청소년단체들, 청소년수련시설협의회, 학부모들로 구성된 청소년지도협의회, 그 외에도 청소년들을 향한 특별한 관심과 사랑으로 지원하는 많은 기관·단체, 심지어 개인들과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이루어져 있다.

대구 청소년 생태계조성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 청소년지원재단에서 최선을 다해 달려온 100여 명의 청소년지도자들의 땀과 열정이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묻히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많은 일들과 이 큰 조직을,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4개의 기관을 하나로 통합하여 진흥원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버리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까? 청소년정책과 다양한 활동이 복지영역으로 통합되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인가? 대구를 사랑하고 대구의 청소년을 아끼는 시민으로서, 청소년지원재단이라는 이름은 사라지지만 땀과 눈물로 함께 달려온 많은 일들과 연대가 잊히거나 약화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로 위안 삼으며 대구시 청소년정책이 포괄적으로 묶였으니 더 구체적이고 더 현실적인 지원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지켜보기로 하자.
박선 전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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