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급등·반도체 핵심원료 공급불안정…자원무기화·탄소중립화 시대 대응 방안은?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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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9 15:43  |  수정 2022-10-10 06:54  |  발행일 2022-10-09
창간 77주년 영남일보-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기획
[한국의 경제 안보를 진단한다] (5)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한국의 자원안보

동북아시아가 경제안보 시대의 격랑에 휘말렸다. 특히, 미중 경제 디커플링의 심화, 코로나 19 팬데믹의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중첩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원료의 공급 불안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남일보는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과 함께 여섯 차례에 걸쳐 현재의 경제안보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경제안보를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외부의 유무형 경제적 충격에 대한 선제적 방어라고 정의한다.

변현섭
한국외국어대학교 HK+국가전략사업단 변현섭 연구교수.

◆유연탄 가격 최대 5배 상승
최근 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차질로 인해 유연탄 가격이 최대 5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유연탄은 발전용으로도 사용되지만, 시멘트를 만드는 공정에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유연탄 가격 상승은 시멘트 가격과 연동되고, 이는 레미콘업체와 건설업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분양가를 올리는 원인이 된다.

한국에서 약 7천500㎞ 떨어진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자원안보와 직결된 우크라이나 전쟁
실제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상위 10대 품목만 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제재 등이 한국의 원자재 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상위 10대 품목은 6위 게(Crab, 2.6%))을 제외하고 모두 에너지, 광물 등 원자재가 차지하고 있다.

수입품 1위는 나프타(25.3%), 2위 원유(24.6%), 3위 유연탄(12.7%), 4위 천연가스(9.9%), 5위 백금(3.4%), 7위 무연탄(2.1%), 8위 알루미늄괴 및 스크랩(1.7%), 9위 고철(1.5%), 우라늄(1.5%) 등이다.

한국의러시아수입품
변현섭 교수 제공.

◆높은 러시아산 광물 수입 비중
이들 원자재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로부터 수입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러시아의 비중은 2021년 기준 나프타는 23.4%로 1위이며, 원유는 5.6%로 4위, 유연탄은 16.3%로 2위, 천연가스(LNG)는 6.2%로 6위, 무연탄은 40.8%로 2위, 우라늄은 33.9%로 2위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으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일부 희귀가스인 네온(28%), 크립톤(48%), 제논(49%) 등이 있다.

그리고 자동차 강판, 수소연료전지 등 주요 산업재 생산에 필수 소재인 페로티타늄(53.4%), 탄탈륨(91.3%), 크롬(50.7%), 페로크롬(48.6%), 팔라듐(33.2%) 등 합금광물도 러시아산 비중이 높은 편이다.

◆러시안산 우라늄, 전체 수입의 30% 이상
러시아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석탄(유연탄, 무연탄)은 수입 대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 수입 비중 1위 품목인 나프타는 수입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2위 수입국인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국가로 수입을 대체할 경우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

또 러시아는 우리나라 석탄 수입액 기준(2021년 기준)으로 봤을 때 2위 수입국이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는 1위 수입국인 호주산보다 저렴한 러시아산을 선호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의 경우 수입금액은 많지 않지만, 러시아산이 우리나라 전체 우라늄 수입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격·운송 등의 경제성, 수급 안정성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러시아는 중요한 협력 국가이다.

◆핵심광물 수요, 2050년 6배 이상 급증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요의 93%, 광물 수요의 95%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 안보를 위해선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가 주요 정책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세계에너지기구(IEA)의 특별보고서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심광물에 대한 수요가 2040년에 2020년 대비 4배, 2050년에는 6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40년까지 전기차 관련 광물인 리튬 수요는 40배, 흑연, 코발트, 니켈은 20~25배, 희토류는 7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희소금속의 대부분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래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대응 방법은?
하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원의 무기화 경향이 공고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자국의 제재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해 대응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자원안보 차원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먼저, 주요한 에너지·광물자원의 공급국인 러시아의 지위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서방 제재에는 동참하데 소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대신 제재에 동참한 이유를 여러 경로로 러시아 측에 전달해 우리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최근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제재 참여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보복성 조치를 취하고 있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2022년 6월 30일 러시아는 주요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외국의 참여를 제한하는 결정으로 '특정 국가 및 국제기구의 비우호적 행위 관련 연료-에너지 분야 특별경제조치에 관한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할린-2 프로젝트' 관련 외국인의 모든 자산과 권리를 러시아 정부 소유로 이전해야 한다.

'사할린-2 프로젝트'는 일본의 미츠이(Mitsui & Co.)와 미쓰비시(Mitsubishi Corporation)가 각각 12.5%와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LNG 소비의 9%를 담당하고 있는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프로젝트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지분을 빼앗아 제재에 참여하는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 고도화된 외교 전략 필요
이러한 사례가 비우호국가가 참여하는 다른 원자재 생산 프로젝트와 수출통제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도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2008~2028년간 연간 150만 톤 규모의 LNG를 도입하고 있으며 계약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러시아와 새로운 가스 공급계약에 대한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므로 우리 정부의 고도화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유라시아자원의존
변현섭 교수 제공.

◆한국과 협력 필요 큰 중앙아시아·몽골에 주목
둘째, 다른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몽골 등과 협력을 강화해 자원의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석유, 가스 등 에너지자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희소금속들을 보유한 광물자원 부국이면서도 이를 고부가가치화해 판매하는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과 협력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2019년 4월 우리나라는 우즈베키스탄의 광물공사와 협력해 한-우즈벡 희속금속센터를 개소했다. 이곳에서 희소금속 가공 및 분석 장비를 설치 및 운영하고, 희소금속 관련 기술협력과 기술직 및 석·박사급 인력양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현재 희속금속센터에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되는 산화몰리브덴을 활용하여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고순도 소재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협력 모델과 협력 플랫폼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몽골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자원 공급의 다변화와 안정적 확보, 현지 국가의 산업 발전에 기여 등 상호 호혜적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한-러'→'한-유라시아'로 협력 확대해야
마지막으로,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더욱 활성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협력 플랫폼의 구축이 필요하다.

자원개발의 특성상 10년 이상의 장기투자가 필요한 만큼 해외자원개발 기업에 대한 개발자금 지원 및 세제 혜택 등과 함께 자원보유국과 고위급 네트워크를 통해 지분확보 지원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유라시아 국가의 자원기업과 국내 희소금속 기술 보유 기업 간 비즈니스 교류가 가능하도록 기술교류 상담회 개최, 협력센터 구축 등 협력 플랫폼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한국과 러시아 간 기술협력 플랫폼인 한-러 혁신센터를 한-유라시아 혁신센터로 확대해 협력 대상 국가 확대와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희소금속 등 광물자원 기반 사업화 기술까지 포함하는 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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