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대혼란시대, 韓中 지방정부 경제교류 활성화해야"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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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3 16:58  |  수정 2022-09-14 07:05  |  발행일 2022-09-13
창간 77주년 영남일보-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 기획
[한국의 '경제안보'를 진단한다] (1)…글로벌 공급망과 차이나 공급망,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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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3개 대륙별 가치사슬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르면 미주 대륙에서는 가운데 위치한 미국을 중심으로 13개 국가가 긴밀하게 연결돼 경제교류를 하고 있다. 미국과 가까울수록, 또 선이 굵을수록 미국과의 연계가 강함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유럽 대륙에서는 독일이 핵심이며 총 34개 국가가 연결돼 있다. 아시아 대륙의 경우 17개 국가가 연결돼 있는데, 가운데 위치한 중국 경제가 가장 강하다는 뜻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선도 굵다. 그만큼 양국 경제 관계가 긴밀함을 알 수 있다. <박한진 교수 제공>
박한진
박한진 KOTRA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객원강의교수.
동북아시아가 경제안보 시대의 격랑에 휘말렸다. 특히, 미중 경제 디커플링의 심화, 코로나 19 팬데믹의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중첩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원료의 공급 불안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영남일보는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과 함께 6차례에 걸쳐 현재의 경제안보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경제안보를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외부의 유무형 경제적 충격에 대한 선제적 방어라고 정의한다.

◆미-중 갈등 격화
최근 글로벌 공급망 이슈의 발생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 코로나 팬데믹이다. 단기 배경이다. 지난해 끝날 것 같았던 팬데믹은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강타했다. 그리고 4월이 되자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극심한 확산세를 보였다. 중국발(發) 공급망과 글로벌 공급망이 동시에 대혼란에 빠졌다.

둘째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중기 배경이다. 팬데믹 발생 이전부터 오르기 시작한 국제 원자재 가격은 2020년 2분기와 2022년 2분기에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더욱 심화했다.

셋째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추세다. 장기 배경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30년간 미중은 공생 관계에 있었다. 중국은 가공무역을 하며 미국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만들어 공급했다. 미국은 저렴하게 사 갔다. 중국은 달러를 벌었고 미국은 오랫동안 물가 걱정을 덜었다.

중국은 이렇게 번 돈을 쓰지 않고 미국 국채를 사 모았다. 미국은 장기 저금리 시대를 유지했다. 중국은 미국이 짜 놓은 국제질서를 받아들였다. 미국은 개입주의 외교정책과 '워싱턴 컨센서스(미국식 시장 경제체제의 대외 확산 전략)'로 유일 패권국을 자처했다.

이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기부터 표출된 미·중 갈등은 무역 분쟁에서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대립으로 전개됐다. 특히, 기술 패권과 공급망 재편을 둘러싸고 양국 간 대립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중국, 자국 중심 지역 협력체계 구축
중국발 공급망 이슈도 세 가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포기하지 않은 '제로 코로나'다. 중국은 올해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각했던 주요 경제발전 지역에서 확진자 발생지역을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했다.

제조·물류가 발달한 상하이 등 다수 지역이 동시에 셧 다운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이는 국가 수출과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가했다.

둘째 주도권 경쟁 심화와 자립형 공급망 구축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對)중국 전방위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중심으로 자국 중심의 지역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동시에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자립형 경제 구도를 구축하고 미래 산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셋째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공급난 심화다.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세와 경기둔화,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은 안정적인 공급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것이 다시 공급난을 심화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상과 같은 세계적인 흐름과 중국의 공급망 이슈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투자,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 등을 포함해 한·중 공급망 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중국의 코로나 봉쇄에 의한 생산 차질 등 공급망 이슈가 부각되면서 중국의 대한국 수입 증가율은 1년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있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 주력 품목 가운데 일부는 중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다른 한편으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장기화·전면화 됨에 따라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탈중국) 및 다변화가 이어지는 등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재편도 눈에 띄는 추세다.

특히, 올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물류난 심화 등 공급망 이슈가 부각되자 기업들이 중국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움직임도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양상은 모든 산업 혹은 상당수 업종에 걸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기보다는 현재로서는 노동집약적 분야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가격경쟁력이 핵심인 가구, 중저가 의류 및 일용품 등은 베트남 등 저임금 운영이 가능한 동남아지역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종은 여전히 중국에 잔류하고 있다. 이는 향후 중국의 내수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역내가치사슬(RVC)이 더욱 빠르게 형성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중 수출 경쟁이 심화하는 등 한·중 간 공급망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은 분명한 흐름이다.

◆경제 블록화 가속…'China+1' 전략 필요
현재로서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미·중 두 강대국 중심의 경제 블록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은 대중국 의존도를 면밀하게 분석해 향후 발생 가능한 위기요인에 대해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공급망 안정'에 정책의 최대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대중국 수출기업은 물론 현지 투자진출 기업들도 쌓여가는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재고관리에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미중 주도권 경쟁이 심화하고 GVC의 빠른 재편이 진행되면서 경제 블록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은 향후 GVC의 탄력성과 독립성 확보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특히 핵심 원자재 영역에서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한·중 공급망 안정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기업의 예상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중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China+1'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대륙 내 밸류체인으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의 정책 의도와 및 실행을 잘 관찰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자간 협력과 관련국들의 산업 정책 동향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에 관한 관찰이 필요하다.

중국은 종래 양자간 통상협정에는 점점 무관심하며 다자 구도를 희망한다. 아시아 역내 공급망과 가치사슬이 다른 구도로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RCEP 효과 및 CPTPP 가입 추진에 진력하며 다자 구도 추진에 더욱 진력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판세는 역내 다자구조(main)의 틀 속에서 양자 관계(sub)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종래 글로벌 밸류체인은 대륙 내 밸류체인으로 변할 수 있고 공급망 역시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특히 중국은 국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국가발전 모델과 통상정책 기조를 세 번 전환해왔고 현 단계를 글로벌 밸류체인(GVC) 보다는 대륙별 밸류체인(CVC, 0Continental Value Chain) 구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중심의 단일 세계화가 아닌 북미와 유럽, 그리고 아시아 등 대륙별 다봉분포(multimodal distribution)의 반(semi)세계화로 볼 수 있다.(그림 참조)

◆한-중, 신뢰관계 회복 필요
둘째는 한국에 있어 대미국 및 대중국 관계 측면이 있다. 한국의 대미 관계는 지정학적(geopolitical)이고 대중 관계는 지경학적(geoeconomic)이다.

양자를 서로 대립적인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국익 우선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공급망 안전을 위해서는 한·중 신뢰관계를 적정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셋째 대중국 공급망 안정성 확보 과제는 신뢰와 네트워크 회복이란 차원에서 협력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래 담론 위주의 양국 간 고위 경제협의체를 현재와 미래의 이슈별로 다양한 민관합동 협의체로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적극 나서야
넷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 차원의 경제교류 협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다. 한국의 지자체와 중국의 각급 지방정부는 한중 수교 초기부터 우호 협력 관계 또는 자매결연 등의 체결 사례는 많지만, 상당수가 인적교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지방정부 간 이미 체결한 우호 관계 등을 통해 지방정부가 교류 협력은 물론 해당 지방 관내 기업 간 협력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대해 나간다면 양국 관계가 때로는 긴장 국면일 때에도 경제교류는 큰 차질 없이 할 수 있다.

지방 차원의 경제교류 협력 확대는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은 한중 수교 초기에는 한국 등 외국과의 접촉 과정에서 중앙 정부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지방정부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양국 교류 협력 관계가 심화되면서 이제는 중국의 지방정부가 더 적극적인 상황이 됐다.

◆중국 내 새로운 시장, 지방정부 차원에서 모색 가능
지방 간 교류 활성화는 2가지 차원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그 하나는 양국의 지방정부가 공급망 협력의 한 주체가 된다면 상호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또 하나는 중국 내 새로운 시장 참여 확대이다. 중국의 국가적 장기 대형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신형 도시화의 경우 정책의 큰 틀과 방향은 중앙 정부가 결정하지만 개별 사업과 시장 기회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중 관계의 긴장 국면에서도 산둥성 등 연해 지역 지방정부는 한국기업의 사업 참여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특히 교통 기반 시설 등 인프라 건설, 스마트 시티,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연결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같은 협력이 잘 이뤄지기 위해선 내외부 전문가 그룹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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