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러-우크라 사태까지…기술 패권경쟁 속 韓은 반도체 토대로 경제안보 전략 세워야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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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1 16:25  |  수정 2022-09-22 06:54  |  발행일 2022-09-21
창간 77주년 영남일보-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 기획
[한국의 '경제안보'를 진단한다] (2)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한국의 경제안보…삼성의 생존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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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가 경제안보 시대의 격랑에 휘말렸다. 특히, 미중 경제 디커플링의 심화, 코로나 19 팬데믹의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중첩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원료의 공급 불안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남일보는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과 함께 여섯 차례에 걸쳐 현재의 경제안보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경제안보를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외부의 유무형 경제적 충격에 대한 선제적 방어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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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HK+국가전략사업단 김진형 HK연구교수.
◆중국, 반도체 자원 무기화 가능성↑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이하 IPEF) 합류 선언으로 미·중 기술 패권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IPEF의 주요목적은 기술동맹 강화로 알려졌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 산업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한국의 IPEF 합류를 두고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에 관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중국 내 반도체 시장의 중요성(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 외에도 중국은 주요 반도체 생산 자원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기술 패권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반도체 연계 자원에 대한 외교적 레버리지(또는 무기화) 활용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미·중 기술 패권경쟁 하에 한국의 경제안보 전략은 우선적으로 반도체 산업과 그와 연계된 자원을 토대로 구상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기술 패권은 여전히 미국에
반도체 산업 현황에 대한 IC Insights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 판데믹 영향에도 불구하고 2018년 4천698억 달러에서 2021년 5천559억 달러로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의 경우 상위 25개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많은 업체를 보유한 미국(인텔 외 9개)이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고, 최상위 5개 반도체 회사 중 상위권 두 업체를 보유한 한국(삼성·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본, 유럽 국가들은 기존 비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최상위 5개 기업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기타 기업의 비중이 증가했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기타에 포함되는 12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미국에 소재를 둔 기업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각각 유럽(3개), 타이완(1개), 일본(1개)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반도체 영역에서 미국의 기술패권이 여전히 공고함을 의미하며, 이전부터 제기되었던 Intel의 몰락과 그에 따른 미국의 영향력 약화에 대한 실현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된다.

◆한국, 반도체 영향력 축소될 수도
한국과 관련해 중요한 점은 최상위권에 있는 삼성과 하이닉스가 미국 기업 및 후발주자들과 유의미한 기술력 차이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유통망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이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즉 한국의 기술력 향상이 동반돼야만 IPEF의 합류가 반도체 시장의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중국이 한국 반도체의 최대 소비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 차원의 보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리스크 극복의 열쇠는?
그러나 D램,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한국, 미국, 일본 기업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중심이 되는 메모리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는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주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중국 또한 최근 언급되는 칩4 동맹 국가들(미국, 한국, 대만, 일본)을 등지고 반도체를 원활하게 공급받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란 점 또한 한국의 효과적 전략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경쟁력은 어떻게 갖출 것인가. 바로, 정밀화된 반도체 생산 기술 확보 및 향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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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국가별 반도체 웨이퍼 생산률. 출처. BCG·SIA Report, Strengthening the global semiconductor supply chain in an uncertain era, 이를 참조해 김진형 교수 제작.그림설명: Total은 전체 국가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 비율. DAO 개별·아날로그·기타 영역의 반도체. Memory는 반도체 기반의 집적 회로 위에 추가된 컴퓨터 메모리. 로직은 논리 회로(디지털 회로)를 갖는 디지털 반도체. 로직의 나노미터(nm)가 작을수록 고부가가치 이자 진보·정밀화된 기술을 의미함.
◆미국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문제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매우 높으나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고(高)부가가치를 갖는 설계부문에만 주로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부가가치 영역인 제조부문을 동아시아 기업들에 대부분 위탁했다는 것이다.

높은 시장 점유율과는 상반되게 2022년 현재, 미국의 반도체 제조부문 점유율은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웨이퍼 생산량에서조차 13%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그림 1).

특히 10 나노미터(nm) 이하 반도체 웨이퍼의 점유율은 0%에 가깝다. 1990년대 말까지 전 세계 생산량의 37%를 점유하고 있던 것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반도체 생산 불균형이 얼마나 심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률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0nm 이하 초미세공정 웨이퍼의 92%를 대만(TSMC)이 생산하고, 나머지 8%를 한국(삼성)이 생산하고 있다(그림 1).

◆삼성의 우선 해결 과제는?
2022년 7월 기준으로 삼성은 3nm 기술을 보유하고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율(제작된 반도체의 불량이 없는 비율) 확보가 해결과제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TSMC가 연내 3nm를 양산함과 동시에 2nm 양산 시험 생산팀을 발족하면서 기술 경쟁이 격렬해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삼성의 이번 3nm 파운드리 세계 첫 양산은 의미가 있지만, 양질의 제품 생산 비율(수율)을 확보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해결과제일 것이다.

특히, 삼성과 대만 TSMC 생산 공장을 미국 내에 대대적으로 유치하는 것은 미국의 설계부문과 제조부문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지만, 반도체 시장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기술경쟁을 통한 양질의 수율 확보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 제작 공정과 연동 자원
다음으로, 반도체 생산과 연계 자원을 구분하기 위해 반도체 제작 공정과 그와 연동된 자원을 살펴보자. 반도체 제작은 1) 웨이퍼 제조, 2) 산화 공정, 3) 포토 공정, 4) 식각 공정, 5) 박막 증착 공정, 6) 금속 배선 공정, 7) EDS(Electric Die Sorting) 공정, 8) 패키징 공정으로 구성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1차 에너지 자원 중 하나는 석유인데, 석유화학 기업에서 제작되는 고분자량 PDMS(polydimethylsiloxane, 실리콘 고무)가 포토 공정에서 가장 중요하다.

PDMS는 반도체 웨이퍼에 빛을 통해 회로를 새겨 넣는 역할(노광)을 담당한다. 고순도(99.999%) 불화수소는 다음 공정인 식각 공정에 활용된다.

1차 자원인 희귀 비금속 광물 형석을 통해 만들어지는 불화수소는 앞서 PDMS를 활용하여 새겨진 회로를 깎고 조각하는 식각 공정에 활용된다. 파이브 나인(순도 99.999%, 불순물이 0.001% 이하)의 불화수소를 사용해야만 반도체의 수율을 높일 수 있다.

이 외에도 기타 에너지 및 광물 1차 자원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광물 자원 중 일부는 국제사회 탄소중립 기조에 기반한 그린에너지 자원과도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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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반도체-자원 연계 전략의 토대: IPEF, RCEP 기반 반도체-자원 연계 수입국 분류.출처: 김진형 교수 제작
◆한국, 반도체-자원 연계 전략 필요
마지막으로, 반도체-자원 연계(nexus) 전략을 구상하는 것은 한국의 경제안보 확보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주도의 IPEF와 그와 비교되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이하 RCEP)을 연계해 수입의존도를 고려한 반도체-연계 자원을 분류했다.(그림 2).

이는 한국의 경제안보 확보 또는 위협 최소화를 위한 수입의존도 회피, 수입루트 다각화와 그것을 바탕으로 공급망 안정성 확보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의 오른편 자원 품목별 수입의존도 표를 살펴봤을 때, 니켈·리튬·바나듐·형석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일본, 미국과의 협력을 좀 더 확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50%이상 중국 수입의존도를 보이는 리튬, 바나듐, 불화수소에 대한 수입다각화가 시급해 보인다.

◆일본과 협력 강화로 안정적 공급망 확보해야
추가적으로 RCEP· IPEF에 모두 관여하는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희토류·불화수소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연계 에너지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전략을 제안한다.

물론 이런 통상 레버리지 전략과 함께 국내 반도체 생산 확장을 위한 정부 규제 완화와 기업투자 증대는 반도체 공급 안정화를 위한 기본 전략이 돼야 할 것이다.

상술한 전략들을 기반으로 미·중 기술 패권경쟁 하에서 좀 더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확보, 경쟁력 부문(D램, 낸드 플래시 메모리 등)의 지속적인 반도체 기술 발전, 반도체 3nm 파운드리 수율 향상 및 파운드리 기술경쟁력 확보, 반도체 생산 연계 자원 공급망 다각화 실현을 통해 한국의 경제안보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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