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 에너지 자원에 대한 직접 투자 확대하고 석유와 가스의 저장소 용량도 늘려야"

  • 구경모
  • |
  • 입력 2022-09-25 15:25  |  수정 2022-09-26 08:09  |  발행일 2022-09-25
창간 77주년 영남일보-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기획
[한국의 경제 안보를 진단한다] (3) 국제 석유-가스 시장 환경과 한국의 에너지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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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스가 지난 20일 울산에서 미디어 투어 행사를 열고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건설 현장과 SK가스 울산 기지를 공개했다. KET에 건설 중인 LNG 탱크 모습. 연합뉴스 그래픽=정소현기자 kar03060@yeongnam.com


동북아시아가 경제안보 시대의 격랑에 휘말렸다. 특히, 미중 경제 디커플링의 심화, 코로나 19 팬데믹의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중첩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원료의 공급 불안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남일보는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과 함께 여섯 차례에 걸쳐 현재의 경제안보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경제안보를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외부의 유무형 경제적 충격에 대한 선제적 방어라고 정의한다.

러시아發 에너지 공급불안, 한국 물가·무역수지에 부정적 영향 끼쳐
유럽선 에너지 확보위한 자원투자 크게 늘어나…한국도 적극 나서야
亞 국가와의 자원공유 협약부터 민간기업 대상 해외 투자 지원 등 절실
장기적 구매 계약 늘려 에너지 안정적 수급 보장하는 방법도 효과적

 

 ◆국제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 증가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 대외의존도는 90% 이상이다. 에너지 공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자급률이 현저히 낮은 한국의 경우 에너지를 적정 가격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은 경제 안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으면서도 에너지 소비가 많은 중공업 등의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서 에너지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는 한국의 경제 안보의 핵심이며 국민 경제에 직접적이면서 빠르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높아진 에너지 수입 가격 때문에 한국은 4월부터 7월까지 14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무역 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쟁 이후 3~5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에너지수입액 상승분이 223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5월까지의 누계 무역 수지 적자 규모인 78억 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그림 1).

그러므로 에너지 수급 안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소비자 피해↑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제적 여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국제 에너지 시장 특히 유럽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2021년도 EU 시장에서 러시아 가스의 비중은 40%였고, 석유와 석탄의 비중은 각각 27%, 46%를 차지하는 등 러시아는 유럽에서 가장 큰 에너지 공급국이었다. 유럽은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에너지 시장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의 석유 수출의 17%, 가스 거래의 20% 그리고 석탄 거래의 1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재화 수출국이고,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에너지 시장 수급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다.

주요 에너지 재화인 석유, 가스, 석탄 시장은 2021년도부터 이미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을 겪고 있었으며,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와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에 따른 러시아 에너지 공급 불안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증가시켰다.

유럽 시장에서 러시아 에너지 공급이 감소하면서 유럽을 넘어 국제 에너지 시장으로 충격이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 석유, 가스 및 석탄의 공급이 EU 시장에서 많이 감소했고,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외 다른 국가에서의 에너지 구매를 크게 늘리면서 국제 시장에서 소비자 간 경쟁이 심화했다. 이는 에너지 재화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 석유·가스의 의존도가 각각 6%·5%로 크지 않아 러시아발(發) 에너지의 공급 불안을 겪는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국제 시장에서 에너지 거래 가격이 전체적으로 크게 높아지면서 물가와 무역 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쟁 이후 국제 유가는 1월 배럴 당 86달러에서 7월 112달러로 크게 상승했,고(그림 2), 천연가스 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더 크다. 이러한 결과로 전체 수입액에서 에너지 수입 비중은 2021년 4월 19%에서 동월 2022년 29%로 크게 높아졌고 에너지 수입 가격의 상승은 무역 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그림 1).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상품의 가격 상승은 역시 공급 불안을 겪고 있는 농업생산품의 가격 상승과 함께 많은 나라에서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더욱 커지고 있다.

◆전례 없는 러시아 에너지 산업 제재의 목적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경제 제재의 핵심인 에너지 산업 제재는 시장에서 러시아 에너지의 비중을 축소하거나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고, 투자 및 핵심 기술과 장비 수출에 제한을 두는 등 러시아로 이전되는 소득을 축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러시아 에너지 산업에 관한 제재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과 EU의 주도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을 넘어 국제적으로 크게 강화됐다.

서방의 대러 에너지 산업 제재는 러시아의 3대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와 가스·석탄을 총망라할 뿐만 아니라 EU의 석탄 금수 조치와 석유의 부분 금수 조치까지 포함하는 매우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과거에는 접할 수 없었던 전례 없는 최고 수위의 양자 간 보복 조치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극한 갈등과 이에 따른 대응조치가 시장 변화에 대한 예측과 대응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피해를 가중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정교한 에너지 안보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에너지 확보 위한 외국과의 협력 강화 필요
러시아 에너지 공급 감소와 더불어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 원인 중 하나는 아시아와 러시아 에너지의 대체재를 찾는 유럽이 에너지 확보를 위해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간 에너지 확보 경쟁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에너지 수입국들과의 자원 공동 구매 및 공유 등을 목적으로 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이 필요하며, 이웃 나라인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비가 크게 늘고 있는 인도 및 국제경제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높은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자원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금부터 미래 소비를 위한 적정량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쓸만한 에너지 자원의 양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현재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에너지 부족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해외 에너지 자원에 대한 직접 투자를 늘리고 해외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해외자원 투자는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단독 투자 보다는 여러 파트너와 공동 지분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자원 투자에서도 외국 파트너들과의 협력과 해외자원 공동 개발이 필요하다.

해외자원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투자를 지원해야 하며 정부나 공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민간 부분에 대한 컨설팅을 강화하고 해외 투자를 위한 자금지원 방법을 늘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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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HK+국가전략사업단 성진석 HK+연구교수.

◆석유·가스 저장소 용량 늘려야
석유와 가스의 저장소의 용량도 늘려야 한다. 석유-가스 저장소의 건설과 운용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저장소의 비용 대비 효과는 매우 크다.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높아지는 시점에서는 가격 및 공급 리스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는 에너지 저장소를 늘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 최근에는 에너지 수입국들도 석유 가스 등을 수입한 후 이를 저장해 놓고 다른 나라로 재판매하는 등 저장소의 상업적인 쓰임새가 크게 다양화되고 있다. 즉 에너지 저장소가 국내외 에너지 수급 안정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이바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에너지 수급에서 더 많은 장기 에너지 구매 계약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단발성 계약인 현물계약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장기 계약은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계약기간 동안 계약에 보장된 만큼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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