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40년 수집·연구' 이돈수 한국 근현대 서지 자료 컬렉터 "동해·한국해 고지도 400점 소장…정부 파악 해외사료보다 많아"

  • 이영란
  • |
  • 입력 2022-10-12 07:06  |  수정 2022-10-12 07:11  |  발행일 2022-10-12 제13면

이돈수-2
이돈수 대표는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갈등과 관련, "동해의 국제표준명칭으로 '한국해', 그리고 국내표준명칭으로 '동해' 사용을 주장하고자 18년 전 한국해연구소를 만들었다"며 "이 연구소를 통해 동해 표기의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연구와 자료 수집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초 갤러리를 오픈해 개관전으로 '앤디 워홀전'을 열었다"며 "이 전시가 파주의 복합문화공간에서 12월까지 진행된다"고 귀띔했다. <갤러리 북과바디 제공>

대구 출신인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 겸 갤러리 북과바디 대표는 한평생 역사와 자료, 미술에 천착해온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근·현대 서지 자료 컬렉터다. 한국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사료와 동해, 독도 관련 고지도와 관련 자료 등을 40년 가까이 수집하고 또 연구해 온 것. 보유한 엄청난 자료를 바탕으로 한·일간에 첨예하게 갈등하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역사상 동해 표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어 왔다. 최근 그는 '탐정 놀이'를 하듯 하며 옛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얻은 세계적인 화가 앤디 워홀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전, 그러니까 상업작가 시절(1949년부터 60년대 초반까지)에 그린 희귀 잡지와 책, 아동 도서의 표지나 삽화, 광고 포스터, LP 커버 등을 전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개천절을 보내면서 우리 옛 사진 전문가, 고지도 전문가라고도 불리는 이 대표를 서울 논현동에 있는 그의 갤러리에서 인터뷰했다.

"19세기 후반 英·佛·獨 등서 제작된
독도 한국령 지도 국내 최초로 공개
예전엔 경쟁 수집가 대부분 외국인
한국인 자존심에 더 깊이 빠져들어


고지도 수집땐 금전적 가치가 아닌
한국 관련 정보 담고 있느냐가 중심
사진·엽서는 1945년 이전 것만 모아"


KakaoTalk_20220930_183736646
영남일보가 1955년에 제작한 달력. 〈이돈수 대표 제공〉

▶수집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중학생 때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가까운 산에 있는 다양한 이끼를 가져와 키우기 시작했지만 모두 말라 죽어 더는 모으지 않았다. 그 후론 볼펜의 심을 모으기도 했고, 또 길을 가다 마주친 조약돌도 모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턴 클래식 음반을 모으기 시작했다. 창고 박스 안에 모셔 놓은 수백여 점의 클래식 기타 음반은 나를 위로해준 친구다. 수집을 계속하게 된 것은 기억력의 문제 때문이다. 관심을 두지 않는 일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기억할 만한 순간의 기억들도 내 머릿속에 없다. 그런데 애정을 가지고 수집한 어떤 대상을 보고 있으면, 그날 날씨와 분위기 등, 그날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이런 연유로 수집이 습관이 되고 취미가 되고 일상이 되었다. 1980년대 중반 대학 시절에는 아르바이트를 한 비용으로 화랑에서 그림을 수집하기도 했다. 그림 수집 취미는 대학원에서 미술사학과를 선택해 삶의 모습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모았던 그림들은 지인들에게 선물해 지금은 가진 것이 거의 없다. 386세대의 평범한 대학생활을 보내던 중 고서에서 뜯어낸 옛 종이로 주점 벽을 도배질한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아, 고서점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고서적에서 시작된 관심은 이내 고지도로 옮겨갔고, 이후 지금까지 수집가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소장 자료를 소개하면.

"수집가로 제 자신을 소개할 때 보통 '종이 위에 인쇄된 한국 관련 역사 자료를 모으는 수집가'로 소개한다. 이 수집의 범위 안에는 고지도, 고서적, 사진, 엽서, 오래된 신문 등 2D 중심 사료가 포함된다. 모든 수집품을 합하면 수만 점은 될 것 같다. 고지도의 경우 주로 외국 고지도를 중심으로 모았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서양 고지도에 있어서는 수원 모 사립대학의 지도 전문 박물관이 소장하는 양보다는 많다. 동해에 '동해'와 '한국해'가 표기된 지도만 400여 점 가까이 소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 기관에서 조사한 외국의 다양한 박물관과 대학 기관 등에서 소장한 지도의 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지도의 수집 방향은 지도의 금전적 가치가 중심이 되지 않고, 한국과 관계된 정보를 담고 있느냐가 중심이 된다. 바다 표기, 북방 영토와 국경선, 독도 등 한국과 관계된 사항이 수집의 주제이다. 한 장의 지도를 수집하기 위해서 그 지도에 관한 것을 공부하고, 지도를 찾아가는 과정에 들인 노력과 수고의 시간은 한 점의 지도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의 열 배, 또는 스무 배 이상일 때도 허다하다. 사진과 엽서는 1945년 이전의 것을 수집하는데, 이것도 2만 점 이상일 것 같은데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 서양에서 발행된 한국 관련 기사가 난 신문을 모으는데, 미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에서 발행된 1945년 이전의 신문이 수백 점이 되고, 또 그 외 종이에 그려진 한국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나 서적도 다수 있다."

▶대표적 소장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몇 년 전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양경계선이 그어져 있고, 독도가 한국영토에 속하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19세기 후반의 지도 6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하멜 표류기도 여러 판본을 갖고 있다. '안응칠'이라는 아명이 선명하게 나와 있는 안중근 의사 사진, 병인양요, 동학농민운동, 항일의병 등과 관계된 서울의 모습과 종이 한지, 옹기, 석빙고 등의 과학문화재 그리고 의식주, 건축, 농업, 직업 등에 관계된 풍부한 사진 자료 등이 있다."

▶40여 년 한 우물을 파 왔다. 보람도 있겠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을 듯하다.

"오랜 기간 한 곳에, 또 금전적 이익이 없을 만한 곳에 집중하는 모습은 이상해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근 40년의 수집 취미 생활을 하면서, 30년 정도는 주위에서 이상한, 소위 말해 미친놈 취급을 당했다. 최근 10년 전부터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한국 관련 사료를 수집할 당시 대부분의 경쟁 수집가들은 외국인이었다. 광주사태 때 한국에서 생활한 신문기자,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연구원과 한국 문화·역사를 연구하는 연구원 등 한국의 역사 자료를 수집하는 외국인이 많았다. 그 당시 한국 수집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몹시 부끄러워 한국인으로서 자존심 때문에 더 깊이 빠져든 부분도 있다. 현재는 예전과 달리 한국 역사 자료를 찾는 한국인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저의 수집 열정은 많이 식었다. 지금도 가끔 수집을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찾지 못하는 자료만을 중심으로 수집을 진행하고 있다. 수집이 일상이 되었는데 경제적 운용 측면에서 저는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집도 없고, 최근까지 자동차도 없이 생활했다. 그래서 제 주변에는 제가 미안함을 표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흔해 빠진 아파트 몇 채보다 제가 수집한 자료의 사회적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위로하면서 살아왔다."

▶특히 보람 있었던 일을 소개하면.

"우리 역사의 조각을 찾아 알렸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05년 '기생전'을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는데, 이후 기생을 주제로 한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이 만들어져 제 인터뷰가 미국 신문에까지 실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동해의 국제표준명칭으로 유엔지명전문가회의(UNGEGN) 지명위원회 위원장이 '한국해' 표기를 지지했을 때 등 다양한 사건이 있다."

▶그림 미술시장이 크게 팽창하고 있다. 그림 시장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나.

"그림 시장을 오래전부터 지켜봐 왔다. 우려와 희망이 같이 존재한다. 최근 아트 펀드, 아트 컨설턴트, 아트 매니지먼트와 같은 예전에 들어 보지 못한 명칭들이 많이 보인다. 미술을 투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산업적 측면만 강조한 미술시장이 만들어낸 명칭인 것 같다. 미술품이 소비자의 투자적 목적을 충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이 이탈하는 경우, 미술 시장이 흔들릴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금전적 측면과 관계없이 미술품을 향유하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 또 다른 희망을 보게 된다. 앞으로도 그림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 작가들의 실력과 잠재력이 아주 커서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좋은 작가들은 계속 탄생할 것이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영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