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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생 1천일을 맞은 1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에선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가 됐음에도 시민 10명 중 7명 정도는 마스크를 낀 채 다니는 모습이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
코로나19 발생 1천일을 맞은 1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에선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가 됐음에도 10명 중 7명 정도는 마스크를 낀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시민들이 착용한 마스크의 색과 패턴도 다양했다. 새로운 일상이 된 마스크가 일종의 패션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길고 질긴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1천일간 함께한 마스크와 '일심동체'가 된 듯 했다. 내년 봄쯤 코로나19가 종식돼 실내마스크도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계속해서 생겨나는 변이 바이러스와 재유행으로 코로나19 종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코로나 종식 가능될까…7차 유행 우려도
2020년 1월20일 인천공항에서 첫 확진자가 확인된 이래 1천일이 지난 15일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6차 유행을 거쳐 코로나19 확진자 감소 추세로 접어 들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월 1째주 감염재생산지수는 0.87로 7주 연속 1 이하를 유지하면서 여름철 재유행은 수그러든 모습이다.
6차 유행은 8월에 정점을 찍고 9월초부터 본격적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하반기 방역조치가 순차적으로 완화된 가운데도 감소세는 유지됐다. 김성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총괄조정관은 "10월 이후 해외 입국자 유전자증폭(PCR) 검사 중단, 요양병원 및 시설 대면 면회 허용 등 방역지침이 완화되고 있지만 유행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6차 유행의 끝이 코로나19 종식과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겨울철 7차 유행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번엔 코로나 2년동안 잠잠했던 독감 인플루엔자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출몰하면서, 독감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함께 감염되는 '트윈데믹(Twin-Demic)'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7차 유행 시기를 이르게는 10월말~11월초, 겨울 이후, 내년 2~3월 등으로 다양하게 전망하고 있다. 최신 변이 바이러스인 BA.4.6의 영향으로 미국과 영국 등 유럽에서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서구권에서 유행이 나타나면 한달~한달 반 뒤 국내에서 같은 규모의 유행이 발생해 왔다.
다만, 7차 유행의 영향은 이전보단 강력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7월1일 이후 4차 접종을 완료한 300만명과 이번 6차 유행 때 확진된 620만명, 확진 없이 감염된 사람을 합친 930만명은 면역력을 갖췄을 것이다"며 "1천200만명 정도가 7차 유행에서 벗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겨울철 7차 유행이 지나고 내년 봄쯤 '종식'에 다가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지만, 아직 완벽한 종식은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2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대해 "코로나19와 계절독감이 동시 유행할 올해 겨울이 고비다"며 "내년 3월쯤 유행이 거의 끝날 수 있어 그때 충분히 벗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팬데믹이 전환점에 접어들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파우치 소장은 "BA.4.6를 포함한 일부 새로운 하위 변위가 BA.5보다 더 효과적으로 면역을 회피할 수 있다. 겨울 전보다 강력해진 코로나19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 종식을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종식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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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대구지역 유흥업소에서 집단감염이 확산되자, 대구시가 유흥주점을 비롯해 단란주점 등 3천300여곳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모습. 영남일보DB |
◆1천일간의 코로나19 우리의 기억
현재 유행이 분기·반기마다 반복하는 코로나19에 따라, 시민들의 기대와 실망도 반복돼 왔다. 시민들마다 1천일동안의 코로나19 상황에서 저마다 인상 깊었던 순간들도 다양했다.
대학생 곽모(24·대구 북구)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집합금지 시간이 있을 때 가장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요일에 친구들이랑 술자리를 가지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밤 9시 땡하면 모두 해산해야 했는데,그게 너무 답답했다"며 "1년도 채 안 됐는데 다시 돌아온 일상에 벌써 적응이 돼서 이상하다"고 웃어 보였다.
백신 미접종자인 직장인 이모(35·대구 달서구)씨는 방역패스가 해제됐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씨는 "아직까지 백신을 안 맞았는데 작년엔 눈치가 너무 보였다. 동료들도 백신을 왜 맞지 않느냐고 물었고, 백신패스가 있을 땐 나 때문에 식당에 못 들어간 적도 있었다"며 "대구에서 처음 방역패스 집행정지 인용 판결이 나왔던 순간을 못 잊는다.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 받은 듯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모(여·60)씨는 코로나19에 재감염 돼 아팠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는 "코로나19가 끝난 건 아니지만 처음 걸렸을 때도, 두 번째 걸렸을 때도 너무 아파서 잊지 못하고 있다"며 "남편은 안 아프고 잘 지나갔는데, 나는 백신을 맞아도 재감염되고 후유증도 오래 가서 아직 고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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