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날 때

  •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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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7 07:25  |  수정 2022-11-07 07:28  |  발행일 2022-11-07 제12면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설득하는 말하기로 진행된 S선생님의 수업 장학 시간, 학생들은 구체적인 청자를 설정하고 자신의 주장에 적절한 근거를 들어 말하기를 합니다. 이어 청중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친구의 발표를 듣고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하고요. 교장 선생님을 예상 청자로 설정한 한 학생의 주장은 '체육복 등교를 허용해야 한다'입니다.

친구들이 가장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SNS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체육복 등교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마침, 예상 청자였던 교장 선생님도 교실에서 수업을 참관하셨습니다. 청중 역할을 맡은 교장 선생님도 체육복 등교와 관련한 학생들의 생각을 진지하게 들으셨죠.

저는 한 학생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남녀 공학인 우리 학교는 상대적으로 여학생의 인원수가 많이 적은 편인데, 교복을 제작하는 업체에서 다수인 남학생의 체형에 맞게 교복 바지를 만들어서 판매하다 보니 여학생들은 남녀 공용인 옷 착용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여학생이니까 교복 하의는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바지'를 기본으로 정한 것이 좋다고만 생각했지, 남녀 학생의 체형 차이 때문에 여학생들의 고통은 생각해 보지 못했으니까요.

최근에 저는 여러 기관에서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에 관한 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교학점제에서 학생이 선택한 과목을 성공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과목이 요구하는 최소 성취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편적 학습 설계 개념이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보편적 학습 설계란 모든 학생들이 평등한 조건에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학습을 설계한 것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에서 나왔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모든 건축물이나 시설, 생산물을 장애 유무나 연령 등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건축 전에 모든 장애 요소들을 고려하고 설계에 반영하려는 노력입니다. 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접근성이 좋고 편리한 디자인을 말하지요. 공공 시설물이나 대중교통, 도로 설계에서 근래에 자주 적용되고 있고 앞서 소개한 교복 같은 옷차림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삶터와 일터뿐 아니라 공중화장실에서, 도로 위에서, 대중교통에서 누구도 차별을 느끼지 않아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배려가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모든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고 쓰기 편리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교수학습 상황에 적용한 것이 '보편적 학습 설계'입니다. 보편적 학습 설계는 모든 학습자에게 접근성을 부여하고, 적절한 도전감을 주며, 학습에 몰입하게 하는 유연한 자료와 방법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보편적 학습 설계는 특수 교육 분야에서 개발된 원리입니다.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론으로 보편적 학습 설계가 도입됐고 근래에는 점차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책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한 새로운 도전'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현재 수준에서부터 학습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학습 내용, 학습 방법, 시기, 속도, 순서 등에 대해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고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학습 경로를 선택해서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펼치도록 하고 잠재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 설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실에 있는 모두가 각자의 모서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날 때, 그 모습은 삼각형이 되기도 하고 사각형이 되기도 합니다. 모서리가 맞닿아 만들어지는 모습은 셀 수 없이 다양할 것입니다. 참여를 이끌고, 적절한 환경과 정보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저마다의 도형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야겠습니다.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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