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의 문학 향기] 옷은 다 갖춰 입어야

  • 정만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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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1  |  수정 2022-11-11 07:57  |  발행일 2022-11-11 제15면

[정만진의 문학 향기] 옷은 다 갖춰 입어야

1821년 11월11일 도스토옙스키가 출생했다. 1866년 '죄와 벌', 1868년 '백치', 1871년 '악령', 1875년 '미성년',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의 5대 장편소설로 일컬어진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3부작으로 구상되었다. 도스토옙스키는 1부작 완성 후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인류가 열독 중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미완 상태의 소설인 셈이다. 하지만 고도의 완성미를 갖춘 까닭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낮게 평가되는 법은 없다.

19세기 중반 카라마조프 가문에 친부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고리대금업 등으로 큰돈을 모은 졸부다. 그는 졸부답게 타락한 인물로,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처럼 타락할 것을 공공연히 권유한다. 표도르는 걸핏하면 "러시아는 돼지우리야! 러시아 백성들은 두들겨 패 줘야 정신을 차려!" 하고 떠들어댄다. 그는 장남 드미트리와 줄곧 다툰다. 구르센카라는 여자를 서로 차지하려는 것이 사유이고, 재산 문제도 갈등 요인이다. 표도르가 죽자 드미트리는 범인으로 몰려 투옥된다. 실제 범인은 사생아로 태어난 넷째 아들 파벨이지만 간질병을 앓는 환자라는 데 힘입어 용의 선상에서 벗어난다. 소설은 진범을 추적하는 과정으로 진행되고, 얼마쯤 지나 파벨이 자살한다. 형의 무죄를 확신하는 셋째 아들 알료샤 등이 힘을 합쳐 그를 탈옥시킨다. 드미트리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사람들과 화해하는 것으로 1부작은 끝난다.

책장을 덮으면, 도스토옙스키가 3부작까지 다 탈고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활화산처럼 용솟음친다. 도스토옙스키의 2부작 집필 메모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알료샤를 2부의 주인공으로 하여 그가 황제를 암살한 후 처형되는 서사를 계획했다. 가족 사이의 갈등과 신앙 문제 등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1부작에 견줘 훨씬 주제의 범위가 확대된 대서사시가 탄생 직전에 멈춰버린 것이다.

'미완성'이라면 슈베르트가 떠오른다. 물론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도 그 자체로 충분히 완성작이다. 그래도 후대인들이 뒷부분을 대신 채우려고 노력한 것을 보면 형식상 미완성보다는 완성이 나은 모양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인격 완성은 어렵지만 옷은 다 갖춰 입을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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