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36.5℃ 경산시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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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0  |  수정 2022-11-10 06:49  |  발행일 2022-11-10 제22면

[취재수첩] 36.5℃ 경산시
윤제호기자〈경북부〉

경산시 하양읍행정복지센터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따스함이 느껴지는 냉장고 두 대가 보인다. 늦가을로 향해 가는 쌀쌀한 날씨라 더 온기가 느껴진다. 쌈장, 스팸, 컵라면, 부대찌개, 사골곰탕과 함께 붉게 익은 감까지 먹거리가 칸칸이 들어있다.

코로나19의 공포가 드세게 몰아쳤던 2020년 6월 하순에 '행복나눔 냉장고'라는 이름을 달고 설치된 냉장고다. 바로 옆에는 사랑의 쌀독이 놓여 있다. 식료품은 주민 누구나 기부할 수 있고,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홀몸노인·중증장애인·한부모 및 복지 위기가구는 누구나 그 식료품을 갖고 갈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까지 기부된 물품은 금액으로는 590만원 상당이다. 한 달 평균 60명 정도가 이용한다고 한다.

하양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관으로 저소득 취약계층에 사랑의 손길을 전달하는 냉장고는 한 번도 '사랑의 전원'이 꺼진 적이 없다. 기부품이 빠져나가면 냉장고는 어느새 다시 채워졌다.

지속된 경기불황과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사회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민은 더 힘든 이웃에 대한 사랑의 손길은 놓질 않은 것이다. 하양읍뿐만 아니라 경산시 전역도 온정이 가득하다.

매년 12월1일부터 다음 해 1월31일까지 모금하는 희망 나눔캠페인 이웃돕기 성금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0억4천700만원, 2021년 10억6천600만원, 2022년 12억6천만원이다.

이 기간에 이웃돕기 물품 기탁 내역을 보면 손소독제·마스크 등이 많아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또한 삼계탕·떡·딸기·천도복숭아·한우곰탕·떡볶이·돈가스·계란 등 먹거리뿐만 아니라 연탄 1만장도 전달돼 눈길을 끈다.

세기의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은 노년에 봉사활동으로 의미 있는 나날을 보냈다. 그녀는 숨지기 일 년 전 아들에게 '너도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위한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라는 사실을'이라고 말했다.

조현일 경산시장이 지난 지방선거 때 재난지원금을 약속해 1인당 20만원씩을 지급할 만큼 코로나로 인한 경산시민의 경제적 고통은 크다. 하지만 경산시민들은 '다른 한 손'을 내밀고 있다. 겨울에도 사람의 체온인 36.5℃ 온기를 경산에서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윤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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